송 쌍 종 <서울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부가가치세라는 이름의 조세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면, 외부로부터 구입한 재화 또는 용역에 기업이 제조․가공․마진 등으로 붙인 가치(부가가치)를 파악하여 그것에 세율을 곱한 만큼을 그 공급받는 상대방으로부터 공급가액에 얹어받아(거래징수하여) 그것을 국가에 납부하라는 방식의 세금이다. 그러므로 그 납세의무자는 공급자이지만, 그 세금을 궁극적으로 부담하는 담세자는 최종소비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이론상 소비세라 부른다.
이 경우 부가가치를 파악하는 방법이 문제이다. 왜냐하면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즉석에서 그 부가한 가치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급이 있을 때마다 그 매출액에서 당초의 매입액(외부로부터 구입한 가액)을 뺀 나머지를 일일이 부가가치로 계산하는 방법(전단계거래액공제법)이 고려될 수 있지만,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판매할 때의 매출액은 그 자리에서 드러나지만, 그에 대응하는 외부구입가액을 수시로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방법으로 일정기간(우리의 경우 6월)을 잡아 그 기간의 전체로 매출액에 세율만큼 얹어받는 세액(매출세액)을 한데 모으고 거기에서 그 기간에 외부로부터 구입한 매입액에 관하여 그 상대방 공급자에게 이미 얹어주었던 세액(매입세액)의 합계액 전부를 빼내어 계산되는 금액을 납부할 세액으로 하자는 세액계산법(전단계세액공제법)을 채택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거래과정에서 공급자가 그 공급시의 매출액을 대상으로 얹어받는 매출세액에 관하여 그 공급받는 자에게 세금계산서를 작성교부토록 하는 제도를 채택하였다. 따라서 그 공급하는 재화나 용역에 관하여는 이미 그것을 공급받을 당시에 교부받은 세금계산서가 있었을 것이며, 그에 의하여 당해 과세기간의 매입세액 전체 액수를 계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가 세금계산서를 제대로 주고 받기만 한다면 일정기간의 매출세액에서 당해 기간의 매입세액을 공제하여 계산하는 부가가치세의 납부세액 혹은 환급세액은 정확히 파악될 수 있는 법이다. 다만 이 세금계산서의 주고 받음이 정확하지 않다면, 그 누락분은 지하경제(탈세)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계산서를 제대로 교부하지 않은 매출누락이 나중에 발견된다면 그것에 관한 매출세액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이에 관하여 부가가치세법은 ‘자기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세액’을 매출세액으로 한다고만 규정하므로(법 17조 1항 본문) 세금계산서의 발행과는 관계없이도 공급에 관한 매출세액을 계산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경우에 매출누락분에 대응하지만 세금계산서를 통하여 증명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을 공제대상인 매입세액으로 취급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부가가치세법은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의 매입세액, 제출한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의 기재사항 중 거래처별 등록번호 또는 공급가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기재되지 아니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의 당해 매입세액,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지 아니한 경우의 매입세액, 세금계산서에 필요적 기재사항(공급자의 등록번호와 성명 또는 명칭,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 작성연월일)의 전부 또는 일부가 기재되지 아니하였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의 매입세액 등을 공제가 불가능한 매입세액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법 17조 2항 1호 및 1의2호). 이들 둘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은 매출세액에 관하여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의 원칙에 충실하지만, 매입세액에 관하여는 이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물론 이와 같은 규정의 취지는 공급자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의 매입세액을 무조건 공제대상으로 인정한다면 국고수입이 누락된 공급분에 대하여 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함으로써 부당한 국고손실을 결과한다는 데에 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매출누락 등 탈루가 발견되어 매출세액을 추징하는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그 매입세액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전단계의 공급자에게서 매출세액이 계산되었음을 조건으로 그와 연계되는 매입세액도 함께 인정하여 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 경우에 그 입증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세무행정의 절차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여하간에 실질과세의 원칙에 보다 충실하도록 부가가치세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왕 국세기본법에 실질과세를 대원칙으로 내세웠다면, 부가가치세법도 이에 보조를 맞추어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부가가치세법이 애초에 지나칠 정도로 납세자를 불신하는 전제 아래 제재 내지 보복의 성질을 가미하여 법을 만들었으므로 이제는 순리적으로 법을 개선할 시기에 다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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