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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회계시스템과 감사인의 역할
 저자: 김창수 |   당월호가기:305  |  날짜:2002-07-01 |  조회수:8889
 

김 창 수
(중앙대학교교수, 경영학박사)


최근 들어 부도난 기업들의 상당수는 분식회계방법을 동원하여 이익을 조작한 경험이 있으며, 선의의 투자자들은 이를 묵인한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소송에 휘말린 기업들의 사례에서 드러나는 장부조작의 실태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익을 과대계상하기 위하여 장부상 가공의 매출을 기록하거나, 매출을 앞당겨 인식하는 귀속기간의 조작, 수익적 지출을 자본적 지출로 처리하여 비용을 과소계상한다. 이러한 조작행위는 결국 자산의 과대평가로 이어진다.
둘째, 부채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충당금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이다. 또한 분식행위를 은폐하기 위하여 서류상의 자회사(paper company)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분식회계를 유발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기업의 경영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실적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분식회계 수단을 이용하여 그 차이를 줄인다고 한다. 부문경영진들의 경우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부서의 업적이 예측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타부서와 비교하여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장부조작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경영성과를 높이려 한다. 이 경우 경영진의 강한 윤리의식이나 기업의 강력한 내부통제시스템에 의하여 장부조작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다. 최고 경영진의 경우 회사의 경영성과가 투자자들의 기대치 (즉, 투자분석가들의 이익 예측치나 경영자들이 은행에 제시한 예상이익)에 도달하지 못할 때 장부조작 등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하여 경영성과를 기대치에 맞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식회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따사로운 태양 빛에 말린 곡식이 때깔도 좋다 (The sunlight is the best disinfectant)라는 옛말은 태양(맑고 투명한 빛)이 가장 좋은 방역제(기업을 병들게 하지 않는 처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투명성이 기업을 건전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고 경영진들은 기업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하여 방역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내부통제기능의 강화와 투자자들이 기업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투명한 공시문화를 확립하는 것이다. 강력한 내부통제기능이 확립된다면 부분경영자들의 경영성과 조작 가능성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며, 투명한 공시문화가 확립된다면 투자자들의 경영성과에 대한 예측치가 비교적 정확하여 실적치와의 차이도 없을 것이다.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외부 감사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외부 감사인의 감사과정은 결국 내부통제구조에 대한 평가와 공시될 회계정보가 평가기준인 기업회계기준(GAAP)에 일치하는가를 검증하는 일이다. 감사인은 기업의 내부통제구조가 건전하지 않거나 공시될 정보가 기업회계기준에 위배될 경우 결코 독립적인 감사인으로서 요구되는 신의성실성(integrity)을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엔론사태와 엔더슨 회계법인의 사례를 통하여 감사인이 신의성실성을 잃는 것은 그의 명성을 잃는 것이며, 명성을 잃으면 감사인으로서 가진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다는 교훈을 얻었다. 신의성실성은 회계법인들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인 것이며, 기업들은 회계법인들의 신의성실성(명성)의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의성실성을 다하는 것이 보수주의적인 견지만을 유지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너무나 지나친 보수주의적인 관점에서만 평가기준(GAAP)을 적용할 경우 기업간 경영성과의 실질적인 차별성은 감추어질 것이며, 이 또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투명한 회계시스템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 때 시장이 매우 위험(risky)하다고 판단하면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떠난다는 사실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자본시장을 위험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경영자들의 역할뿐만 아니라 감사인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공시할 책임은 경영자에게 있으며,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감사인들의 신의성실한 업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과 자본시장 모두가 건강하고 건전하기 위하여는 우선 경영자가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구현하여야 하며, 이를 검증하는 회계감사인들의 강한 윤리의식과 전문가로서의 판단력이 중요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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