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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상의 회계용어사용에 관한 반성
 저자: 송쌍종 |   당월호가기:328  |  날짜:2004-05-27 |  조회수:26455
 

개별세법 가운데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 등은 세무계산을 위한 많은 수의 계산관계 규정을 포함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경우 세법 스스로 기업회계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기장제도를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과세를 전제로 한 세무계산을 원활히 규율하기 위하여 그 관계용어를 상당수 회계용어에서 차용하기 마련이다. 이 점은 세법이 고유개념의 사용만을 고집하기 어렵고, 차용개념을 다수 채택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같은 관계용어를 구사하여 세법을 제정함에 있어 우리가 이미 개발하여 놓은 용어가 없다면, 서양식 용어를 번안하거나 동양식 용어를 빌려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 서양식 용어는 주로 영어 용어이며, 동양식 용어는 주로 일본 용어임은 설명이 필요없다. 왜냐하면 이들 나라는 선진국들이기 때문이다.

세계화시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제도의 내용을 국제기준에 맞추어야 하는 문제도 있으므로 영어 용어의 번안이나 일본 용어의 차용을 마다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 때 영어 용어를 번안함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후발국인 우리로서 같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에서 이미 개발되어 있는 용어를 빌려올 도리 밖에 없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법에 쓰이는 용어가 대체로 그러하지만, 회계용어로서 일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들이 많다. 익금, 손금, 필요경비, 감가상각, 특별상각, 취득가액, 보험료, 광고선전비, 기부금, 결손금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일상적인 용어 중 한자어는 주로 중국어를 가져온 것이라는 사실과 비교된다.

일본 용어를 약간 고쳐쓰는 것도 있다. 일본의 퇴직급여인당금(退職給與引當金)을 퇴직급여충당금(退職給與充當金)으로 한다든가 일본의 대도인당금(貸倒引當金)을 대손충당금(貸損充當金)으로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충당금의 전입한도액(轉入限度額)은 조입한도액(繰入限度額)을 고친 것이며, 선급비용(先給費用)은 전불비용(前拂費用)을 고친 것이다.

일본 용어를 거의 완전히 고친 것도 있다. 이를테면 재고자산(在庫資産)은 일본의 붕어자산(棚御資産)을 고친 것이며, 간주배당(看做配當)은 미나시배당(みなし配當)을 고친 것이다. 그리고 매출할려(賣出割戾)는 賣上割戾し를 고친 것이며, 충당금의 환입액(還入額)은 取崩し額을 고친 것이다.

일본 용어를 빌려온 예로서 그 의미가 잘 납득되지 않는 것도 있다. 예컨대 국고보조금으로 사업용자산을 취득하면 그 받은 보조금 상당액이 당년도에 익금산입되지 않도록 하여 연납효과(延納效果)를 가져오도록 하는 기법으로 그 취득연도에 압축기장충당금(壓縮記帳充當金)을 설정토록 하는데, 이는 압축이라는 우리 말이 있으므로 생각없이 빌려온 용어이다. 그렇지만 그 의미가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이는 상계기장충당금(相計記帳充當金)이라 표현하였다면 좋았을 용어이다.

과거에 세무당국이 기업에 압력을 가하여 당해 연도의 부담세액을 초과하여 세금을 내도록 하고 이듬 해에 그 세금을 과오납금으로 처리하여 주는 일을 조상징수(繰上徵收)라는 납기전징수의 의미인 일본 용어를 차용하여 표현한 적이 있었다. 그 진정한 의미는 차입징수(借入徵收)라 부르면 좋았을 것이었다.

일본 용어로서 우리에게 없는 것도 있다. 예컨대 해체/파쇄/폐기 등을 행하지 않은 재산일지라도 실질적으로 용도폐기 상태인 자산에 관하여 그 형체를 보유한 채 당해 자산의 장부가액에서 그 처분예상액을 제한 금액을 제각손(除却損)으로서 손급산입함을 인정하는데, 이를 유자제각(有姿除却)이라 한다. 우리 식으로는 유류제각(遺留除却) 정도의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일본 등에는 결손금이 생기면 그에 관하여 과거로 소급하는 공제를 인정하고 이익이 났을 적에 이미 낸 세금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carry back 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결손금이려(缺損金移戾)라 표현하면 좋을 내용이다(소급이월 이라는 번역이 있기는 하다).

이상에서 우리는 세법 특유의 회계용어가 필요할 경우에 외국의 용어를 아무렇게나 모방한다면, 개념 이해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음을 엿보았다. 특히 빌려온 용어는 한글로 쓰더라도 그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할 터이다. 그러므로 세법상의 회계용어를 정확히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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