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쌍 종 <서울시립대학교명예교수, (사)한국조세법학회 회장>
우리는 지금 거의 모든 법률에서 과거 일본법의 용어이었던 ‘간주(看做)한다’를 ‘본다’로 바꾸어 쓰고 있다. 이는 ‘看做’라는 한자가 ‘간고’로 읽히는 예가 많고 어렵다는 이유로 한글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바꾼 것이라 한다. 그런데 일반사회에서는 이 ‘본다’는 말이 법률에서 말하는 ‘간주’가 아니라 ‘추정’(推定)의 의미로 달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 하면, 이는 ’추정‘이지 ’간주‘가 아니다. 왜냐하면 음주운전이라는 사고원인은 나중에 그렇지 않다는 반증으로 번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한글표현으로 “간주한다”로 바꿔쓰고 원래의 표현을 그대로 살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처럼 개선은 결코 쉽지 않는 일이며, 한글학자들의 의견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이 되지 못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부가가치세액을 계산할 적에 이따금 문제되는 ‘간주임대료’(부가가치세법시행령 49의2)를 위 ‘본다’는 말을 살려 표현할 길은 현재로서 없다. 이를테면 ‘보는 임대료’라 하면, 이는 어색한 말일 뿐더러 쉽게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잘못 바꾼 용어가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이상한 용어로 우리의 언어사회에 군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예는 한글학자들 자문에만 기대어 법률용어를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한글학자들의 조언에 따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여러 해 전에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조세 법률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모두 띄어쓰기로 고쳤다. ‘소득세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규칙’ 등으로 띄어 쓰게 된 것이다. 이는 이들 ‘소득세법시행령’이나 ‘소득세법시행규칙’이 하나의 법령 이름일 뿐더러 하나의 고유명사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므로, 이 띄어쓰기는 온당치 못하다. 또한 최근에는 오랫동안 붙여쓰기를 계속하여 온 국세징수법 제14조의 ‘납기전징수’를 ‘납기 전 징수’로 띄어쓰는 것으로 개정하였다. 그렇다면 근처에 있는 ‘징수유예’도 ‘징수 유예’로 그리고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의 ‘과세전적부심사’도 ‘과세 전 적부 심사’라고 띄어써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예를 들자면 한량이 없을 지경이다. 이 뒷것에 관하여 담당자들은 그러기 때문에 그 본문에서 ‘과세전적부심사(課稅前適否審査)’라고 한자를 넣었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납기전징수도 ‘납기전징수(納期前徵收)’로 하였어야 한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여하간에 이들 띄어쓰기의 예는 복합어 내지 합성어의 예를 무시하는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오류이기도 하고, 문장 가운데 띄어 쓴 이들 용어가 들어가 있으면 알기도 어려울 수 있으며, 인쇄나 프린트에서 종이 낭비도 가져온다. 용어는 국민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 다음에 계속 사용하면 굳어지는 법이므로, 굳이 띄어쓰기를 함으로써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띄어쓰기와 관련하여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라는 법률 이름이다. 이 이름에서 ‘상속세법’이라는 개념은 살아나지 않는다. ‘상속세’와 ‘증여세법’가 대비되므로,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다. 우리의 전통방식은 아니지만, 차라리 ‘상속세․증여세법’이라는 명칭이 더 합리적이라고도 생각된다. 용어표현에 관하여도 최근에 납득이 어려운 예가 생겼다. 예를 들어 ‘발급’이라는 용어의 채택이다. 말할 것도 없이 부가가치세법에서 세금계산서의 ‘교부’를 ‘발급’으로 고친 것은 잘 된 개정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일률적으로 인쇄된 서류를 내주는 ‘교부’보다는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작성하여 건네주는 세금계산서는, ‘발급’한다는 말이 발행하여(작성하여) 공급한다는 뜻이므로, 무방한 용어이다. 그러나 국세징수법의 납세고지서를 ‘발부’한다고 하여 오던 것을 ‘발급’이라고 고친 것은 의미를 잘 모르고 한 개정이다. 왜냐하면 납세고지서는 발급한 다음 그것을 ‘송부(送付)’하는 것이므로, 세금계산서와 그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 및 부가가치세법에서 ‘탈루’라고 통일되어 있던 것을 법인세법에서만 ‘누락’이라고 고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 사이의 통일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정’과 ‘결정’의 두 개념이 서로 대비되는 용어인데, ‘경정결정’(국세기본법 81의15, 개별소비세법 11)이라고 표현하는 용어사용도 문제이다. 왜냐하면 ‘경정결정’이라는 제삼의 개념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