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트회장은 2007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기조연설에서 모뉴엘이라는 회사를 주목하라고 언급하였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청도 모뉴엘을 ‘히든 챔피언’이라고 칭찬하였다. 2013년말 매출액이 5년만에 17배 증가하여 1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정부기관의 각종 기술과 아이디어 혁신상을 수상한 모뉴엘은 2014년 가을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자를 비롯한 외부정보이용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모뉴엘은 2008년~2013년 시장거래가 없는 홈씨어터컴퓨터(HTPC)를 반복해서 수출입한 것으로 허위로 기장하는 방법 등으로 가공의 매출을 일으켜 6,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하였다. 자회사인 잘만테크도 부품을 고가로 수출한 것처럼 매출로 계상하는 등 회계장부를 조작하였다.
관세청조사결과에 의하면 모뉴엘의 2013년도 매출액 1조2,737억원 중 1조원 이상이 금융권에 허위로 수출한 채권을 매각한 금액이었다고 한다. 폐기 처분되어 실제 가격이 8,000원 정도의 PC 케이스를 250만원에 120만대 이상 수출한 것처럼 꾸몄던 것을 몰랐던 한국무역보험공사는 3,265억원 정도의 대출보증을 섰고 6년간 모뉴엘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무려 3조 2,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최성호 등 2017).
모뉴엘은 위탁생산을 통해 제조‧판매하였기 때문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채권을 중도에 매각(매출채권 팩토링)하여 현금 유동화하였다. 이러한 모뉴엘의 매출채권 팩토링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대출은행이나 이를 보증한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는 문제 삼지 않았으며 재무제표에 거액의 채무가 발생하였는데 외부감사에도 적발되지 않았다. 재무상태표에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금액이 급증하였는데도 내부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만일에 금융권에서 모뉴엘의 재무제표를 자세히 읽었다면 비정상적인 거래로 인한 특이사항들을 파악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리고 금융권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였다면 대출 심사를 할 때 단기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모뉴엘의 손익계산서상의 2013년 매출액은 1조2,737억원, 영업이익은 1,104억원, 순이익은 602억원으로 매우 좋았다. 그러나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은 15억원 적자여서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나가는 것이었다. 영업현금으로는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매출액이 크고 이익이 나도 현금이 없으면 회사는 흑자부도가 날 수 있다.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영업을 해서 받을 돈이 들어와야 한다.
당기순이익은 영업현금흐름과 발생액의 합이다. 발생액의 비중이 높으면 이익의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영업현금흐름이 거의 없다면 이익은 발생액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모뉴엘의 발생액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증가하여 발생하였다. 이는 해외 법인 간 가공거래로 발생한 채권과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몇 번 돌려 수출했던 물건을 다시 한국으로 재수입한 재고자산이 누적되어 생긴 것이었다. 매출액 대비 총 매출채권(매출채권 매각액 포함)은 90%를 넘었다. 매출액 증가율에 비해 재고자산 증가율도 2배 이상 높았다.
단기차입금 1,8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 2,000억원을 금융권에서 차입한 것도 자금 융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하였다. 이는 신규로 차입한 자금으로 기존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돌려 막기였다. 1년 이내 현금이 될 수 있는 당좌자산이 1,000억원인데 갚아야 할 현금은 1,400억원인 것도 모뉴엘의 유동성이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나타냈다. 만기 미도래 매출채권 매각액과 수출환어음 잔액은 실질적으로는 차입금의 성격을 갖지만 우발부채로 분류되어 주석에 공시되었다. 이들을 차입금에 가산하여 조정한 차입급은 조정하기 전 차입금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하였다. 자산총액이 3,400억원인데 유형자산은 485억원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유형자산도 부동산이고 그 중에서 실제 시설장치는 17억원에 불과했다. 이정도의 설비를 가지고 영업을 하면서 1조원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종합하면 모뉴엘의 재무제표를 충실하게 들여다 보았다면 매우 열악한 구조임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허위 자료를 가지고 가공의 매출과 재고를 조작해도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들여다 보았다면 특이 사항들을 발견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 외부감사 그리고 감독기관 및 금융기관에서 분식회계를 의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금융권에서 쉽게 대출을 받았던 것이다. 모뉴엘 사례를 통하여 내부통제기능과 외부의 감독 및 검증기능을 더욱 강화해서 투자자와 채권자를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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