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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개정과 조세정책에 대한 유감
 저자: 강경규 |   당월호가기:331  |  날짜:2004-08-31 |  조회수:7943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올해도 세법의 많은 부분이 개정되었다. 세법개정을 요약한 책자의 부피가 해가 갈수록 두툼해 지고 있다. 세무회계를 강의하는 본인에게는 매년 개정되는 내용을 파악하여 강의노트를 수정하는 일이 매우 힘든 작업이 되어 버렸다. 법률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많은 부분이 개정되는 법이 세법인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감히 조세에 관련된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전문가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 심지어는 조세 전문가인 공인회계사나 세무사도 빈번한 세법의 개정과 각종 규칙과 명령의 개정 그리고 국세심판판례 발표 등으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좀더 쉽게 세법에 접근하고 스스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물론 대답은 간단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에 대해 조세당국에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법개정이 적절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조세정책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조세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조세는 국민의 경제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국민이 조세와 관련해서 안정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조세와 관련해서 미래상황을 예측할 수 있기 위해서는 조세관련법의 개정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그 개정 내용도 조세정책과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기본정신은 세법이 국민을 규제하는 법이라기보다는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 주는 법이라는 인식을 과세권자인 국가와 납세자인 국민 모두에게 심어 줌으로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세정책이 국가경제와 국민을 위하여 수립되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조세를 개정할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조세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조세정책은 국가의 경제정책의 일환으로서 장기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 조세는 국가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유도해야 할 뿐 아니라 국민의 경제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체나 국민들이 납세와 관련하여 장래를 예측하며 계획을 수립해 갈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만약 세법이 수시로 아무 방향성 없이 개정된다면 국민들은 세법에 대해 불신하게 되고 조세저항을 불러 일으키며 공평과세의 실현은 어려워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조세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조세의 주목적은 국민에게 부과, 징수한 금전적 급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요로 충당하는 것이다. 한편 조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요를 충당하는 주목적이외에 정책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행 세법에는 너무 많은 조세특례제한 규정을 두고 있어 조세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부차적 역할에 치중하고 있는 듯 하다. 가급적 세제상의 특혜와 규제를 축소해 나감으로서 조세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선량한 납세자의 입장에서 세법을 개정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납세제도의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특혜와 규제는 한 단계 더 높은 규제를 야기하게 되고 이러한 강력한 규제는 당초 규제 대상이 되었던 납세자 보다는 선량한 납세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세법 개정이 자칫하면 세법을 악용하는 납세자에게는 뒷북을 치는 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셋째, 세법은 한국적인 납세토양에 알맞게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세법은 1970년대 까지는 일본 세법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조세제도들이 우리나라 세법에 도입됨으로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회계기준과 회계감사기준 등의 개정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자체의 필요성 보다는 미국의 회계제도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나 미국의 조세제도를 도입할 때 우리 실정에 맞게 조정해 가며 채택해야 할 것이다. 개정안에 대해 여러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회계학자들과 회계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실무적용상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검토한 다음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의 납세환경이 일본이나 미국의 그것과 같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적합한 조세제도는 일본이나 미국의 제도와 같을 수 없다 하겠다.

넷째, 납세제도가 간편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조세제도는 정부 부과징수제도에서 납세자 자신의 신고납부제도로 전환함으로써 납세민주화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신고납부제도를 시행함으로서 외형적으로는 선진화된 것 같지만 내용만은 그렇지를 못하다. 우선 개인 납세자가 스스로 납세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세금을 납부하기가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실정이다. 납세와 관련한 조세관련법규 상의 용어가 일반인에게는 너무 난해하다는 것이다. 세법상의 용어를 일반 국민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꿀 뿐 아니라 신고서식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신고절차를 간편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납세의 민주화는 구호에만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납세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납세자에게 납부세액 결정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책임도 부담시켜야 할 것이다. 조세당국에서는 신고한 세액을 신뢰하는 정책적 배려를 하는 동시에 위법사실이 발견되어 신뢰를 무너뜨린 납세자에 대해서는 소급적인 조사와 추징의 불이익을 줌으로서 조세정의 실현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조세는 국민의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납세자인 국민이 자신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스스로 계산하고 민주적으로 납부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인 조세당국과 납세자인 국민이 신뢰를 가지고 서로 같이 노력할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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