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출범 전후로 가장 빈번히 매스컴에 오르내린 낱말 중에 ‘적폐’와 ‘갑질’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서 적폐란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을 일컫는다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그리고 갑질이란 아직은 국어사전에 없는 낱말이지만,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말한다”는 해설이 인터넷에 올라있다.
위 앞것은 이 정부가 당초부터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세워 왔고, 또한 이를 해결하려는 여러 조치들을 연속적으로 강구하여 왔으며 집권 3년차에 들어서는 이 해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쟁점으로 떠오르리라 예상된다. 그리고 뒷것은 종전에 묻혀있던 갑질사건들이 끊임없이 연달아 고개들고 있으므로, 이 역시 계속 매스컴의 기사거리가 될 법하다.
어찌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온갖 적폐와 갑질로 포위되어 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곰곰이 따지면 적폐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며, 갑질은 곳곳에서 공공연히 그리고 때로는 은밀하게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세제와 세정을 둘러싸고서도 마찬가지라 할 만하다. 이를테면 500건을 웃도는 세법개정이 해마다 되풀이 되는 것도 하나의 적폐이다. 이들 개정작업이 ‘쉬운 세법’이라는 깃발 아래 연례행사로 추진되어 왔지만, 그 내용을 전문인들조차도 미처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해의 새로운 개정작업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매년 5만건을 헤아리는 조세불복이 사건화되고 있다. 이토록 많은 조세쟁송이 대법원으로 몰려들지만, 그 상당수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심리불속행’이라는 명목으로 문전박대를 당한다.
다행히 링안으로 들어와 다투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일반법과 세법의 차이점조차 제대로 구별을 못하는 너무 많은 수의 법관들에 의하여 무참히 난도질당하여 억울한 납세자가 양산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 역시 적폐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적폐를 들춰내는 방법은 묘연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실정세법을 근거로 진행되는 징세행정 과정에서 은밀히 뇌물을 주고받는 비리가 거의 사라진 풍토이지만, 근자에는 지나칠 정도의 공격적인 세무조사로 말미암아 대비가 부족한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속수무책으로 가렴주구를 당하기도 한다. 통계로 나타나는 엄청난 액수의 초과징수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세수추계를 감안하더라도, 이 점을 웅변하고 있다. 이는 최근 여러 해 동안의 적폐이기도 하고, 또한 세무공무원에 의한 갑질의 결과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학연에 의하여 얽혀지는 ‘검은 유착관계’로 빚어지는 부조리는 내부에서 숙덕이는 정도를 뛰어넘어 외부로 소문이 날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제도의 물밑에 숨어있는 적폐의 예이다. 그렇다면 이는 앞으로 누군가가 제대로 손을 봐야 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상의 세제·세정 관련의 문제들은 모두 싸잡아서 ‘발상의 전환’이라는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여야 할 대상이라 판단된다. 종래와 같은 판박이식 관행을 되풀이하는 마당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가 후진국 현상이라고 진단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후진국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먼저 세제면에서는 선진국으로 가는 방향의 세제를 구상하여야 한다. 이제 세부적인 세법조항의 다듬질에 매달릴 일이 아니라, 공평세제와 균형세제 및 정책세제를 통틀어 현재의 미비점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법학의 기초지식이 부족한 인사들로 채워진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의 인사제도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
세정면에서도 선진국으로 가는 방향의 세정을 모색하여야 한다. 국고주의적 징세관에서 탈피하여 ‘의심스러울 적에는 납세자의 이익’으로 다루어 비교적 중립적인 세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국세청법’의 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우리보다 인구가 두 배를 넘는 일본의 경우 매년 1천건을 밑도는 조세사건이 최고재판소에 제소된다는 사실에서 배워야 한다. 그 해결책으로 우리는 전문조세법관을 양성함과 동시에 독일의 조세법원제도를 연구하여야 한다. 이 모두를 위한 큰그림을 그릴 수 있는 TF의 구성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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