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경영대학교수 회계학 박사>
2008년에 시작한 세계적 금융위기는 2010년에 들어와 한숨 돌리는 듯 하더니 금융위기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재등장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의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한 금융위기가 아메리카 대륙을 지나 중동 두바이지역을 거쳐서 남유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재정위기가 동유럽국가인 헝가리 및 영국과 같은 유로존 국가들에까지 심각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국가재정위기와 맞물려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들 국가 및 기업들에 대하여 신용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의 국가신용등급 및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평가 및 전망은 금융시장을 흔들고 해당국가와 기업들은 또다시 역풍을 맞이하는 형국이다. 이른 바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의 신용등급평가가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의사결정의 지침 및 경고의 역할에서 해당국가 및 기업들을 가속하여 부도로 몰리게 하는 자기전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과연 신용평가회사들의 사회적·경제적 순기능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용평가회사들의 국가 및 기업의 신용등급은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에게 합리적 투자의사 결정을 위한 자료가 되며, 자본조달시장에서는 투자에 대한 위험보상가격의 기준이 된다. 신용등급평가와 관련된 많은 연구들은 신용등급평가가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채권이나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하는데 유용하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등급평가는 해당기업들의 부도 및 재정위험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지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 다른 많은 연구들은 신용등급평가가가 기업의 자본조달비용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지표임을 주장한다. 이상과 같은 연구들은 한가지로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등급평가가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의 합리적 투자의사 결정을 위하여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정보로서 유용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전 세계가 맞닥친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일편의 보고도, 경고의 빨간 깃발도 적절한 시간에 제대로 내걸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중동으로 남유럽으로 동유럽으로 금융위기가 그 위세를 넓혀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도 이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거의 단 한 건의 경고음도 제대로 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PIIGS로 불리는 남유럽국가들의 국가재정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재정위기가 크게 불거지고 난후 '뒷북 전망'을 하는 등 이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평가에 대한 시의적절성 및 정확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의 군사적 대치 및 정치적 불안정과 단기성 외채의 과중 등으로 무디스, S&P, 피치로부터 각각 상대적으로 낮은 A1, A, A+를 받고 있으나, PIIGS 중 그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보다 낮은 등급을 받고 있어 이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등급평가의 공정성 및 정확성에 대하여 상당한 의구심이 드는 바다. 미국에서는 이들 신용평가회사들이 금융위기의 또 다른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들 회사들이 평가받는 기관과 담합 및 공모를 통하여 평가등급을 왜곡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이들 신용평가회사들이 평가받는 기업들로 부터 평가수수료를 징수하고 해당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모순적인 구조와 소수의 신용평가회사들이 세계 각국의 국가와 기업들을 평가하는 과점적 구조로 결정되어 있어 경쟁보다는 협의적 성격의 시장구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국제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개선논의는 2003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의안이 제기된 후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며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에서 ‘국제금융기구의 감시 및 조기경보기능 강화’를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채택하였다. 또한, 최근 미국 의회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에 독립적인 ‘채권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신용평가기관을 재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시스템 및 품질관리 등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