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영삼 정부 초기에 국세청은 언론사들에 대하여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비밀리에 벌인 적이 있었다. 그 조사결과에 관하여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었지만, 언론사들은 그 결과와 관련하여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것은 마침내 은밀한 언론 길들이기로 내내 악용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칼은 칼집 속에 있을 적에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정권 말기에 가서야 뒤늦게 역시 대대적인 언론사 세무조사를 공개적으로 단행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전과는 달리 언론탄압의 방편인 것으로 비쳐졌다. 그 시기와 방법의 선택이 적절치 못한 탓이었다. 그래서 별다른 효과도 없이 대형 언론사들의 노골적인 비난만을 사고 말았던 것이다.
이들 세무조사는 모두 정치논리가 짙게 깔려있는 세무행정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것들은 한마디로 조세의 중립성이 훼손되는 자못 바람직스럽지 못한 과세당국의 행태이었다. 그러므로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조세논리에 어긋나는 세무행정은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와는 반대로 예컨대 최근에 대구지방국세청이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24개의 '스타기업'에 대하여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한다는 식의 조치는 무엇인가? 이는 당연히 단행하여야 할 세무조사를 이른바 '스타기업'으로 지정된 기업들에 대하여 2년 동안 세무조사를 연기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세무조사를 2년씩이나 유예하여 주는 조치는 논리에 합당한 것인가?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이다. 이도 역시 조세논리에는 어긋나는 것임에 틀림없다.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산업정책적 논리라고 볼 수는 있을 지언정 조세논리와 어긋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우리가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은 세무조사의 유예 또는 면제가 곧 부담세액을 감면하여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다만 세무조사를 통하여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작업을 당분간 보류한다는 의미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회고하건대, 과거 박정희정부 때에 일본의 ‘청색신고제도’라는 것을 모방하여 소득세법에 ‘녹색신고제도’(모범적인 세무신고업체로 하여금 초록색으로 인쇄된 신고서류로 세무신고를 하도록 하고서, 여러 가지 세제상의 특전을 베풀기로 한 제도)라는 것을 도입한 적이 있었다. 그 때에 납세에 있어 성실성이 인정되는 개인기업 등에 대하여 2년씩 세무조사를 면제하여 준다는 등과 같은 특례규정을 두었다. 그 특전들이야말로 성실신고를 전제로 하여 베푸는 것이었으므로, 조세논리에 잘 들어맞는 제도적 장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는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제도가 나날이 발전하여 좋은 제도로 정착한 것이 아니라 그 몇 년 후에는 폐지되고 만 비극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왜냐하면 녹색신고업체로 지정된 기업에 대하여 세무공무원들이 온갖 트집을 잡아서 녹색신고자격을 지속적으로 취소하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이면에는 녹색신고업체라면 으레 세무공무원들과는 우호적인 자세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괘씸죄’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日本)에서는 현재까지도 그 제도(청색식고제도)가 잘 운용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기업의 세무처리를 담당하는 세무인이나 기업의 경영자라면 너나없이 세무조사를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세무당국이 어떠한 연유로든 간에 세무조사를 유예 또는 면제하여 준다고 하면 우선은 귀가 솔깃하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세무조사의 유예 또는 면제는 세무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과거의 녹색신고제도의 경우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화살이 될 수 있다는 허점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제도나 조치라 하더라도 세무당국이 어떤 자세로 임하며, 얼마나 일관성 있게 그러한 제도 또는 조치를 유지하여 나가는 것인가에 달려있다. 왜냐하면 일단 유예 또는 면제된 세무조사는 5년간의 소급과세가 있으므로 과거 녹색신고제도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시행하는 방법처럼 전체 기업 중에서 매년 20% 정도의 기업은 세무조사를 번갈아 받도록 함으로써 5년에 한번 씩은 세무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면서 신고성실기업에 대하여는 생트집을 잡는 세무조사를 삼가는 것이 우량기업에 대한 세무 상의 올바른 지원책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조삼모사’의 저질스런 방책이 될 수도 있는 세무조사의 유예라는 당근은 이제 삼가야 할 일이며, 정당한 조사절차의 가동에 힘써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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