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 <법학박사,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에 기인한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상품을 취급하거나 이와 관련한 파생금융상품거래를 통해 미증유의 손해를 입은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해당 금융기관의 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주로 금융기관의 경영진이 위기발생의 징후가 명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리스크(risk)에 대한 감시의무(duty to monitor or oversight duty)를 해태하여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해 회사가 큰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이와 관련한 최근의 대표적 사건 중의 하나가 2009년 델라웨어주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 of Delaware)이 판결한 시티그룹(Citigroup)주주대표소송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1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시장(subprime lending market)에 대한 익스포져(exposure)로부터 시티그룹이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었다. 원고인 시티그룹의 주주들은 시티그룹의 전·현직 이사 및 집행임원에 대해 피고들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시장의 문제점들로부터 직면한 리스크를 적절하게 감시하고 관리하지 못했고,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자산(subprime assets)에 대한 회사의 익스포져를 적절하게 공시하지 않음으로써 신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본 소송을 제기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들이 부동산시장 및 신용시장에서 발생하려고 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알 수 있었던 광범한 위험신호(red flags)가 있었다는 점과 함께 피고들이 회사의 장기적 존립을 희생시키고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러한 경고들을 무시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형평법원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시를 하였다. 첫째, 원고가 주장한 경고표시(warning signs)는 이사들이 의식적으로(consciously) 그 의무를 무시하거나 불성실하게(in bad faith) 행동하였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고, 기껏해야 이사들이 나쁜 의사결정을 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뿐이다. 소장에서 제시한 위험신호는 일반적으로 경제 및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시장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공적 서류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원고의 주장은 이사회의 감독 메커니즘이 어떻게 부적절한지 또는 피고 이사들이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이것을 무시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 둘째, 회사가 비즈니스 리스크(business risk)를 인수하였고 그로 인해 손실을 입었다는 단순한 사실은 부정행위(misconduct)를 증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사의 개인적 책임에 대한 법적 기초가 되지도 않는다. 시티그룹은 투자 및 그 밖의 비즈니스 리스크를 인수하고 관리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리스크(excessive risk)를 감시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이사에게 감독책임(oversight liability)을 부과하는 것은 법원으로 하여금 경영판단의 핵심에 있는 의사결정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업무에 관련시킬 수 있다. 델라웨어주법상의 감시의무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비지니스 리스크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 이사의 행위에 대해 개인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형평법원은 소송을 각하하는 판결을 하였고, 원고는 패소했다. 종래의 감시의무위반사건이 종업원의 사기행위 또는 범죄행위로 인한 회사의 손해에 대한 이사의 감독책임이 문제가 되었던 반면에 시티그룹사건 판결은 비즈니스 리스크에 대해 이사의 감시의무가 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통상 기업의 투자의사결정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위험이라고 정의되는 비즈니스 리스크는 원칙적으로 이사의 감시의무의 대상이 아니고,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의 보호대상이라는 취지의 판지인데, 이 점에 대한 미국 학계의 논의는 치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시티그룹사건 판결을 통해 몇 가지 법적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은행 감독의 관점에서 본다면,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의 비즈니스 리스크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감독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한 은행의 업무에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 있는데, 은행의 도산은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회사법의 관점에서 본다면,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비즈니스 리스크도 이사의 감시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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