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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징수법 제56조는 ‘교부청구’인가, ‘교부요구’인가
 저자: 송쌍종 |   당월호가기:444  |  날짜:2014-02-10 |  조회수:19824
 


현행 국세징수법 제56조는 ‘교부청구’라는 표제 아래 “세무서장은 제14조 제1항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때에는 해당 관서, 공공단체, 집행법원, 집행공무원, 강제관리인, 파산관재인 또는 청산인에 대하여 체납액의 교부를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조문이다. 여기에서 ‘청구’라는 낱말을 쓴 교부청구는 합당한 용어인가에 관하여 의문이 생긴다.

법률용어로서의 ‘청구’는 ‘상대방에게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며 “그 성질은 의사의 통지이다”(법문사 법률학사전 1399면 ‘청구’ 항목). 이것이 ‘교부’라는 낱말과 합성되어 교부청구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이 종전의 국세징수법을 폐지하고서 새로 제정한 국세징수법(1961.12.8. 제정, 1962.1.1. 시행, 법률 제819호) 제69조에 처음으로 들어 올 당시의 일본 국세징수법 제82조에서는 ‘교부요구’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었다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는 요즘처럼 일본세법을 크게 참고하지 않고 법안을 손질하는 것이 아니라 으레 같은 종류의 일본법을 번역하여 참고하는 때였기 때문에 생기는 의문점이다.

‘요구’라는 용어가 법률학사전에 설명되어 있는 독립항목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행 국세기본법에 국세청장은 심사청구에 관하여 “보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제63조)이 있으며, 과거의 국세징수법에는 ‘납세자가 도피할 우려가 있어서 납기를 기다려서는 세금을 징수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납세보증인을 즉시 선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납세자가 전항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납세자의 재산을 즉시 차압할 수 있다”는 규정(제20조)이 있었다는 사실은 ‘요구’와 ‘청구가 서로 다른 개념일 수 있음을 말하여 준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에 ’경정 등의 청구‘가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도 이해될 수 있다.

생각건대 ‘청구’의 경우에는 한쪽의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어떤 행위를 희망하는 의사를 통지하면, 그 상대방은 그러한 청구를 받아들일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따른다. 그러므로 청구에는 의사의 통지에 관한 일방적이거나 강제적인 효력이 전제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국세기본법상의 경정청구에 대하여 세무당국이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반대로 ‘요구’의 경우에는 한쪽의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어떤 행위를 희망하는 의사를 통지하면, 그 상대방은 그러한 요구를 거의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요구에는 의사의 통지에 관한 일방적이거나 강제적인 효력이 전제되어 있다.

위에서 말한 과거의 국세징수법에 규정되었던 납세보증인의 즉시적인 선정요구는 그것에 응하지 아니하면 즉시압류가 가능하였으므로, 그러한 요구에 일방적인 효력이 생길 수 있는 예가 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심사청구에 관한 보정요구는 그것에 응하지 아니함은 곧 기각결정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은근히 강제적인 효력이 전제되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강제집행에서 압류채권자 이외의 채권자가 집행에 참가하여 변제를 받기 위해 집행관에게 압류금전 등의 배당을 요구하는 ‘배당요구’(민사집행법 제217조 등)도 같은 맥락의 용어이다.

그렇다면 세무서장이 집행법원이나 집행공무원 등에게 자기가 징수할 체납세금에 관하여 교부를 구하는 것은 국세징수법에 근거를 둔 일방적인 ‘요구’이지 그것을 심의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정하여 달라는 뜻의 ‘청구’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교부청구’라는 용어보다는 ‘교부요구’라는 용어가 합당하다. 그런데도 국세징수법을 입안한 당국자들은 굳이 ‘교부청구’라는 용어를 왜 만들었는가에 관하여 의문이 생긴다. 짐작컨대 일본법을 모방하면서도 무엇인가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잠재하고 있었으므로, 다른 법률용어에서 더러 쓰이는 비슷한 낱말인 ‘청구’를 떠올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점은 5․16 군사구데타가 성공한 해인 1961년말을 전후하여 너무 많은 법안을 짧은 시일 안에 처리하면서 충분한 연구나 검토가 앞서지 못하였으며, 대다수의 법안들이 일본법을 참조하는 가운데 벌어진 촌극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결코 아름답지 못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법률용어를 일본의 것으로 모방한 우리가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그 의미가 왜곡되는 말로 둔갑한 예는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사의 한토막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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