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 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 경영학박사>
앞으로 우리 경제는 상당기간 2~3%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수의 자연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 세수가 올해보다 15조 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단의 증세대책 없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과 약속한 매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는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재정적자’는 피할 수 없고, 매년 엄청난 규모의 ‘나랏빚’을 얻어야 한다. 빚을 내 복지를 늘리는 정책은 미래 세대에 빚더미를 넘기고,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의 전철(前轍)을 밟는 것으로서 지속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복지시대를 열려면 이에 필요한 재원을 원활하게 확보하는 게 최대 관건이다. 복지재원 확보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세제개혁’에 달렸다. 여기서 전통적 복지국가이면서 유럽 재정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북유럽 복지3국(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의 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 복지3국은 개인 소득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거둔다. 2010년 기준으로 스웨덴은 국내총생산(GDP)의 15.7%, 핀란드는 12.5%, 노르웨이는 10.1%를 소득세로 거뒀다. 이들 복지3국 국민의 GDP 대비 평균 소득세 부담률은 12.7%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은 고작 GDP의 3.6%를 소득세로 냈다. 단순 비교로 우리나라가 북유럽 복지3국 수준으로 소득세를 거둔다면 연간 약 100조원이라는 엄청난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 부담능력의 주요 지표인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는 공평하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이상적인 세금이다. 그런대 우리나라는 소득세 비중이 너무나 낮다. 소득세 최고세율(38%)은 미국(35%)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35.8%)보다 높다 세율은 높은데 세수 비중이 낮다는 사실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소득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율 인상보다 주식양도차익을 비롯한 금융소득을 중심으로 비과세․ 감면 을 축소하고, 역외탈세․ 지하경제․ 차명계좌 등 ‘탈세의 불랙홀’을 메워 소득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스웨덴이 3.4%, 핀란드가 2.5%로서 우리나라의 3.7%에 비해 낮은 수준에 있으나. 노르웨이는 10.1%를 법인세로 거둬 유독 높은 수준에 있다. 내국 기업의 법인세부담률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높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법인세율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북유럽 복지3국의 GDP 대비 부가가치세 부담률은 스웨덴이 9.8%, 핀란드가 8.5%, 노르웨이가 8.0%다. 이들 복지3국은 GDP 대비 평균 8.7%를 부가가치세로 거둬들인다. 반면에 우리나라 소비자의 부가가치세 부담률은 GDP 대비 4.4%에 불과하다. 단순 비교해도 연간 약 50조원의 부가가치세를 더 거둘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하지만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세 부담률이 높아지고 물가를 부추기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10%)은 1977년 부가가치세제가 도입된 이래 35년간 그대로다. 그동안 경제와 재정규모가 커졌고, 복지확대가 시대적 과제인 점을 감안할 때 부가가치세율 인상에 마냥 눈감고 있을 수는 없다. 여기에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이 영국(20%), 핀란드(22%), 노르웨이․ 스웨덴(25%)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보다 월등히 낮은 점도 세율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소득세 강화가 먼저고 부가가치세 인상은 차선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특정 계층의 ‘재산’을 겨냥한 부유세와 종부세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에 비해 과세범위가 좁고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과 재산의 해외 유출 등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 조세의 주요 목적인 재원확보와 소득재분배는 소득세를 주 세목으로 하고 부가가치세와 재산세로 보완하는 세제로 해결해야지, 소득 창출의 원본인 재산에 과세되는 세금의 강화로 대응해선 안 된다. 이것이 원활한 재원확보, 세 부담의 공평과 세금이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의 최소화라는 조세원칙에도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