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20일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방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데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인 것이다. 정부의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에는 ① 지방재정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점검하여 재정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사전관리체제로의 전환, ② 정부차원의 지방재정지출 관리․ 감독 강화, ③ 지방의회 및 주민통제 활성화, ④ 재정상황 점검 및 지방과의 소통 강화 등이 담겨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지방정부의 총 예산은 139조 9,000억 원이다. 지방재원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된 의존제원이 39%(55조 3,000억원)이고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체로 구성된 자체재원이 61%(84조 6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재원 중 지방세 비중은 34%(47조 9000억원)에 불과하다. 이것이 재정자립도를 낮추는 주요 원인이다.
전국 평균 지방재정자립도는 2005년 56.2%에서 2010년 52.2%로서 지방세입 대비 의존재원 증가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지방정부 부채는 2009년 말 현재 25조 5531억원으로 2008년 19조2255억원 대비 무려 32.9% 늘었고. 16개 시․도 공기업부채는 작년 말 현재 42조 7,000억원으로 전년(32조 4000억원)보다 31.8% 급증했다. 지자체의 연간 지방세수입 대비 채무비율이 144.7%( 68조 / 47조)로서 부채가 연간 세(稅) 수입을 넘어섰다.
지방재정이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차원의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 대책이 때 늦은 감이 있고, 정부의 이러한 강제성 없는 미흡한 대책으로 과연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확보되겠는가 하는 의문이 앞선다. 필자는 우리나라 지자체의 재정건전성 확보는 이미 지자체의 파산을 겪은 일본이 반면교사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발표한 미온적이고 강제성이 없는 대책으로는 지자체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법이 뒷받침하는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엔 일본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제도가 없다. 그래서 개발 사업에 나섰던 지방 공기업이 빚더미에 앉으면 지자체가 대신 갚아줘야 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엔 중앙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국가 전체의 부채증가로 이어진다. 이것이 국가재정을 악화사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도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원칙적으로 해당 지자체장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래야 책임경영이 이뤄지고 진정한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물론 국가와 지방간의 세금비중 조정, 자체 세입으로 인건비 등 관리비도 충당 못하는 기초 자치단체에 대한 대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일본과 같이 지자체 파산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방재정 건전화는 지자체 간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자체 간의 통합은 사무 간소화, 인력감축, 체육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의 통합 등으로 재정지출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연접한 A, B, C시가 통합할 경우 공무원 감축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 시민운동장 ․시민회관을 비롯한 주민편의시설 공동이용으로 인한 유지관리비 절감 등 예산절감 효과 있다. 전국적으로 통합이 이뤄질 경우 이로 인한 예산 절감액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지자체 통합을 본격 추진했으나 마산, 진해, 창원만 통합의 결실을 이뤘고 나머지 지자체는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형식상 주민의 반대이지 지역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 공무원들의 자리 축소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일본정부의 지자체 통합 추진은 크게 성공했다. 일본정부는 1999년 ‘통합특례법’을 개정하면서 통합지원책을 마련했고 그 지원책이 지자체에게는 소위 ‘당근’이었다. ‘통합 후 10년간 지방교부세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것과 새로운 지방채권의 발행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특례조치가 인정된 것은 통합특례법 기한이었던 2005년 11월까지 진행된 통합 시(市)․정(町)․촌(村)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 규모가 작은 지자체로서는 통합하지 않으면 지방교부세 감액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궁핍한 재정상황 속에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통합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도 태백시는 은행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태백시가 대주주로 나선 2008년 개장한 ‘오투리조트’에 보증을 선 부채규모가 146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전 동구청은 예산부족으로 일부 간부의 월급을 제때 주지 못했다. 호화청사 건립에 막대한 돈을 쓴 경기 성남시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상태다. 정부가 지자체 재정운영을 지금 방식대로 관리할 경우 파산하는 지자체가 속출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일본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지자체 운영의 책임을 전적으로 해당 지자체장에게 맡기면서 지자체 파산제도를 도입해아하고, 흐지부지 끝난 시․군․구 지자체간 통합을 재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중앙정부, 지자체, 공기업이 다 같이 살아남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