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 근 <세영세무법인고문 · 경영학박사>
현행 세법에 의하면 법인세 최고세율 22%와 소득세 최고세율 35%가 내년부터 각각 2% 포인트씩 내리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정치권이 세율인하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뜨겁다. 감세철회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국내외 투자자들의 정책 신뢰를 무너뜨린다. 지금은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시대’다. 세계 각국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 유치를 위해 ‘세율인하와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법인세율은 내․외국인이 투자시기와 투자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정부가 일관되게 법인세율 인하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경제상황과 경쟁국의 세율을 감안할 때,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포퓰리즘적 잣대로 세율을 좌지우지할 시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지방소득세 포함))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4.0%) 수준에 와 있다. 아직도 경쟁국인 싱가포르(17%), 대만(17%), 홍콩(16.5%)보다 훨씬 높다. 현행 세제대로 내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지방소득세 포함)로 내릴 경우 OECD 국가 평균 이하가 돼 이제 겨우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인하된 세율대로 시행한 후 경쟁국의 세율 변동 추이와 경기 흐름을 봐가면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 대부분 전문가들은 감세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결국 세수를 증가시킨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최근 한국의 실상이 이를 입증한다. 이명박 정부들어 감세를 시행 한 후 작년에는 전년보다 13조2000억원이나 많은 177조7000억원의 세금을 걷었다. 올해는 최소 189조원이 기대된다. 감세반대론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 때문에 세수가 30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1981년 집권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불황 타개책으로 투자촉진을 위한 세제 도입과 소비를 늘리기 위한 개인소득세 감면,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정책은 주식시장이 2000년까지 호황을 누리는 토대가 됐고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한 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뒤딤돌이 됐다.
한편 재정 건전성과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세율인하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세금을 더 걷는 방법으로 세율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다. 세계 각국이 ‘세율인하 경쟁(Tax competition)’을 벌이는 지구촌시대에 세율이 높으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해외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와 같이 비교적 세율이 높은 나라는 세율을 내리면서 ‘(세원(稅源 :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세원(과세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먼저 연 3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비과세․감면의 축소를 들 수 있다. 현행 비과세·감면 중에는 지원효과가 없는 데도 기득권층의 반발로 폐지하지 못해 보조금 성격으로 전락한 것들이 많다. 비과세·감면세액의 10%만 줄여도 법인세율 2%포인트를 내림에 따라 줄어드는 세수 2조9000억을 메우고도 남는다. 한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지하경제를 국내총생산(GDP)의 17∼29%로 추산한다. 작년 GDP가 1172조원(1조 달러)이었으므로 지하경제 규모는 적게는 200조원, 많게는 340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지하경제 규모의 반만 줄여도 계산상 20조원[100조×20%(GDP 대비 조세부담율)]이라는 엄청난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이밖에도 부자들의 상속·증여세 강화·역외탈세 방지 등 세율을 인하하고도 세수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은 많다. 여야 정치권이 특정계층에 특혜를 주는 비과세·감면과 탈세의 온상인 지하경제 등 세원을 확대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방치한 채, 모든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면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세율인하에 반대하는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율인하=부자감세’라는 포퓰리즘(populism)이 극성을 부릴 것이다. 비경제적인 논리로 높은 세율을 고집하면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성장이 정체되면서 복지비용과 재정건전성 확보도 어려워진다. 국민 모두가 손해를 본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 및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직결된 세율인하를 부지감세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