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쌍 종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명예교수, 법학박사>
근로소득은 근로를 제공하고서 받는 소득(봉급, 급료, 보수, 세비, 임금, 상여, 수당 등)이다(소득세법 제20조 1항 1호). 이것을 지급하는 지급자(사용자)는 그 소득을 지급하면서 해당 근로자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과세행정청에 납부(납입)하여야 한다고 소득세법 제127조와 제128조에서 규정한다. 이러한 원천징수의 법리를 어떻게 설명하든 간에 정부 쪽은 힘들이지 않고 근로소득세(근로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거두어들이며, 해당 근로자는 과세행정청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도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므로, 서로가 매우 편리한 방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원천징수를 맡는 원천징수의무자인 기업은 아무런 대가의 보상도 없이 근로소득을 지급할 적마다 원천징수라는 귀찮은 일을 맡아야 하며, 그 징수한 금액을 거의 매월 월례행사(‘다음 달 10일까지’)로 관할세무서 등에 납부하여야 한다. 이런 일을 게을리하면 징수하여야 할 금액의 10%에 상당하는 ‘원천징수납부 등 불성실가산세’를 물어야 한다(국세기본법 47조의 5). 징수와 납부에 대한 보상은 없으면서도 그 불이행에 대한 제재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소득은 이른바 종합소득이므로, 1월부터 12월까지의 1년분에 관한 연말정산이 필요하다. 매월 원천징수를 할 적에 그 해당 연도의 정확한 세액을 계산할 방법이 없으므로, 어차피 연말에 그 1년간의 소득을 종합하여 해당 연세액을 정확히 계산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말정산에 관하여 ‘원천징수의무자는 해당 과세기간의 다음 연도 2월분의 근로소득 또는 퇴직자의 퇴직하는 달의 근로소득을 지급할 때에는’ “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고 소득세법 제137조 제1항에서 규정한다.
이 ‘연말정산’과 관련하여 생기는 법리적인 의문점은 연말정산의 의무를 역시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지운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현행 소득세법이 시행된 1975년 이후로 지금까지 매월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는 기업에서 연말정산까지 맡아야하는 것을 마치 당연한 일인 것으로 치부하여 왔다. 이는 매월의 원천징수에 이은 같은 차원의 마무리이기도 하고, 별다른 불편이나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되어 오랜 동안 당연한 일인 것처럼 길들여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연말정산을 위하여 근로자 개인의 주민등록표 등과 같은 사생활에 관한 자료를 자기의 사용자에게 고스란히 내보여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런 자료를 내보이지 않으면, 정확한 연말정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급자 편에서 파악되는 자료만으로 사무처리가 가능한 수시적인 원천징수와 소득자의 개인정보가 있어야만 계산이 가능한 연말정산은 서로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판단할 사안인 것이다. 선진국들의 경우에 연말정산권을 납세자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는 2인 이상으로부터 근로소득을 받는 사람이 주된 근무지와 종된 근무지를 정하고 종된 근무지의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받아 주된 근무지의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경우에만 두 직장의 근로소득이 합산되어 연말정산이 이루어진다거나(소득세법 137조의 2) ‘종합소득금액이 있는 거주자’는 다음 연도 5월 1일부터 5월31일까지 스스로 신고하는 길(같은 법 70조)이 이미 열려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소득자가 원하는 경우에 다른 이중적인 직장의 근로소득이나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 스스로 확정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뜻이지, 연말정산 자체를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원천징수를 당하는 근로자는 연말정산도 해당 원천징수의무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행법의 결론이다. 이는 자기 스스로 자주적으로 연말정산을 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원칙인 것이다. 이것은 신고주의의 원칙에 발딛은 현행법의 기조와 어긋나는 일임에 틀림없다. 나아가서는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화두에도 걸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득세법 제137조 제1항 본문은 위 제70조 제1항에서처럼 근로소득이 있는 거주자는 자기 스스로 “연말정산을 한 다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러한 연말정산을 원하는 때에만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식의 예외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관성이 있는 소득세과세의 원칙이 확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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