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미국 회사법상 이사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는 주의의무(duty of care)와 충실의무(duty of loyalty)로 구분된다고 보는 것이 전통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사의 주의의무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업무를 감시하고 의사결정을 할 때 합리적인 정보를 취득할 책임과 관련된다. 예를 들면, 이사회가 결의를 할 때, 이사는 미리 중요한 자료를 읽고 이사회의 회의에 참석하고, 의문점을 경영진에게 질의하며, 법률전문가 등의 자문을 요청하여야 한다.
이에 반해, 충실의무는 이사에게 성실하게(in good faith)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사는 이사 자신의 이익, 다른 사람의 이익 또는 이사가 관계된 다른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충실의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은 다양하지만, 이사의 개인적 또는 금전적 이익이 회사의 이익과 상반되는 유형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오면서 델라웨어(Delaware)주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제시된 이사의 성실의무가 학계의 화두가 되기에 이르렀다. 델라웨어주 대법원이 이사는 기본적인 세 가지의 신인의무, 즉 주의의무, 충실의무 및 성실의무를 부담한다는 식으로 판시를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전통적인 의미의 충실의무에 직접 해당하지는 않지만, 델라웨어주 회사법상의 이사의 면책조항을 적용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은 신인의무위반의 유형으로서 발전해 온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델라웨어주 회사법 제102조 (b)항 (7)호에 의하면 과실 또는 중과실(gross negligence)에 기인한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 조항을 회사의 정관에 둘 수 있다. 그러나 성실의무위반 또는 충실의무위반은 면책의 대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충실의무에 해당하지 않으면 주의의무에 해당한다고 하는 전통적인 신인의무의 논의 구조의 불합리성을 해소하고자 시도한 사안이 이사의 보수결의를 둘러싼 이사의 책임에 관한 월트 디즈니(Walt Disney) 주주대표소송사건 판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다투어진 월트 디즈니사건에서 델라웨어주 법원이 내린 여러 건의 판결은 성실의무를 둘러싼 법적 논쟁의 진원지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델라웨어주 법원의 판례상 성실의무의 법적 지위는 명확하지는 않았다. 즉 성실의무가 기존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와 구별되는 독립한 신인의무의 일종인가라는 문제와 성실의무의 정의 및 내용에 관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설시는 없었다. 이처럼 성실의무의 법적 지위에 관한 델라웨어주 법원의 판결이 애매모호했다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학계의 논의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결국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2006년 Stone v. Ritter사건 판결을 통해서 성실의무의 독립성을 둘러싸고 발생한 법원과 학계의 이론적 논쟁을 정리하였다. 즉 성실의무는 충실의무의 부수적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성실의무위반이 바로 신인의무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따라서 성실의무의 독립성은 부정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성실의무는 충실의무의 주관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성실의무위반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보면, ① 이사가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intentionally) 행동하는 경우, ② 이사가 적용되는 법령을 위반할 의도(intent)를 갖고서 행동하는 경우, 또는 ③ 이사가 이행할 주지의 의무에도 불구하고(in the face of a known duty to act) 의도적으로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의무에 대한 의식적인 무시를 보인 경우(conscious disregard for his duties)라고 할 수 있다.
성실의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학계에서도 성실의무의 법리를 도입하자고 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성실의무의 개념 및 적용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 성실의무는 독립된 신인의무가 아니라 충실의무의 부수적 요소라고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실의무의 도입 논의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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