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쌍 종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사)한국조세법학회 회장)
‘정의사회의 구현’을 부르짖던 전두환 대통령은 세법이 어렵다면서 “나도 잘 모르겠는데, 국민들이 어찌 알겠는가?”라고 국민을 깔보는 듯이 말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비춰졌다. 그러자 세제당국은 ‘소득세법’을 고치는 시안을 전문가들에게 돌렸다. 거기에는 상당수의 세법용어들이 우리말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자못 진취적인 ‘쉬운 세법’의 개정추진은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 실패 이유는 두 가지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짐작된다. 하나는 법률용어를 쉬운 말로만 바꾸면 된다는 착각이다. 또 하나는 법률용어란 다른 법률과 연관성을 지니는데도 한 법률만을 쉽게 풀어써도 쉬운 세법이 된다는 착각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고로는 결코 ‘쉬운 세법’을 만들 수 없다. 소득세법에서는 근로소득을 ‘갑종’과 ‘을종’으로 나누워 왔었다. 앞것은 그 지급자가 내국인이므로, 그에게 원천징수의무를 지운다. 그러나 뒷것은 지급자가 외국인이므로, 우리 법에 따른 원천징수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논리로 지급자가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 원리는 현재도 여전하다. 그러나 2010년 개정 소득세법에서는 이들 두 용어가 없어졌다. 새로운 용어로 바꾸지도 않았다. 따라서 종래의 ‘을종’을 설명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 입법자들은 ‘갑종’과 ‘을종’이라는 것들이 ‘구닥다리’ 용어이므로, 없애는 것이 시대감각에 맞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A종’과 ‘B종’ 등 영어식 표현으로 바꾸는 것도 어색하므로, 용어가 없는 상태로 남겨두기로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쉬운 세법이 아니라 오히려 어렵다. 전문가들도 마땅한 용어가 없어 고민스럽다. 소득세법은 과거의 ‘을종 근로소득’이 생기는 기업의 근무자들이나 노점상과 농축수산물 판매업자 등이 자발적으로 납세조합을 조직하여 조합원의 소득세를 징수하여 납부하는 것을 ‘원천징수’라 표현한다(같은 법 제5장 제2절 제목 참조). 이는 소득의 원천에서 거두는 것이 원천징수라는 기초개념도 모른 채 법문이 손질된 탓이다. 이 납세조합은 스스로 봉급을 지급하면서 조합원의 소득세를 ‘떼는’ 원천징수의무자가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납세조합의 징수에 관하여 현재 적절한 설명용어는 없는 셈이다. 금년에 시행된 지방세기본법과 지방세법에는 ‘특별징수’라는 용어가 있다. 이것은 일본 지방세법의 용어인데, 우리가 오래 전부터 써왔다. 지방세기본법은 이 특별징수를 ‘편의상 징수할 여건이 좋은 자로 하여금 징수하게 하고 그 징수한 세금을 납부하게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20호). 이 개념을 국세법에 연결하면, 납세조합의 징수를 ‘특별징수’라 이름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방세 중 ‘지방소득세 소득분’에 대한 특별징수(지방세법 제96조)는 원천징수와 성질이 같으므로, 이를 ‘원천징수’라 고치면 보다 쉬운 세법이 될 수 있다. 이상의 설명은 국세와 지방세를 통틀어 소득이 생기는 원천(예 기업) 즉 그 지급하는 봉급에서 소득세를 ‘떼고 지급하는 것’은 ‘원천징수’로 그리고 징수의 편의가 있는 자가 징수하도록 하여 요금 등에 ‘얹어 받는 것’은 ’특별징수‘로 용어를 통일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는 국세법이든 지방세법이든 모두 조세법이며, 국세와 지방세를 별개의 논리로 설명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하는 입법론이다. 개별소비세법 제11조에서는 ‘신고한 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는 경우’에는 ‘경정결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경정’ 및 ‘결정’과는 다른 ‘경정결정’이라는 제삼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뜻인데, 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신고주의세목(예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에 관하여는 신고서(확정신고를 위한 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결정’을 하며, 확정신고 후 오류(잘못 계산한 것) 또는 탈루(빼놓은 것)가 발견되면 ‘경정’을 하는 것이라는 구별논리를 모른 때문이다. 요컨대 용어개념이 명쾌하고, 어느 누가 해석하더라도 한결같은 결론이 나오는 것이 이른바 ‘쉬운 세법’이다. 마땅한 용어가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애매모호한 문장으로 꾸며진 조문은 어려운 세법이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현행 조세법령을 면밀히 검토한다면, 실로 어렵고 잘못되었거나 다른 말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한 용어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 관하여 눈을 돌릴 필요가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