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쌍 종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사)한국지방세협회 회장)
기업회계라는 것은 원래 거래가 발생하면 그 내용을 일정한 틀에 맞추어 사후적으로 기록하고 계산하여 정리한 후에 그 결과를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하는 기술이다. 이 경우의 기록․계산․정리 과정을 근자의 회계이론에서는 흔히 측정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보고의 과정을 흔히 전달이라고 표현한다.
기업회계를 어떻게 설명하든 간에 기업경영의 과정에서 무수한 거래는 발생하기 마련이며, 그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고도의 회계기술이 동원되어야 한다. 이러한 회계기술은 형식과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록․계산․정리를 담당하는 경리인이거나 그것을 가지고 경영의 전모를 파악하고 경영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자이거나 그 기업에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투자자이거나 간에 경영의 실상에 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려면 일정한 객관적인 회계처리기준에 입각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업 회계의 처리기준으로서 최초에는 1958년에 ‘재무제표규칙’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이는 당시의 재무부가 주관한 것으로 그 산하에 설치된 재정금융위원회의 ‘기업회계준칙제정분과위원회’가 작성하여 ‘재무부 고시’로 공포되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기업회계를 처리․보고함에 있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기준으로서 학문적이며 논리적인 내용을 정리하여 위 ‘기업회계준칙제정분과위원회’의 이름으로 ‘기업회계기준’이라는 보고서 형식의 문서가 발표되었다.
이와 같은 ‘재무제표규칙’은 법치주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기업경영을 전반적으로 규율하는 기업법 중의 기본법인 ‘상법’을 제쳐놓고서 따로 작동하는 하나의 뿌리 없는 ‘고시’ 형식이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상법 안에 이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체계적인 작업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가 1974년에는 ‘상장법인 등의 회계처리에 관한 규정’이라는 것이, 그리고 1975년에는 ‘상장법인 등의 재무제표에 관한 규칙’이라는 것이 제정되었다. 이것들 역시 ‘고시’ 형식이었다. 그리고 이에 의하여 위 ‘기업회계원칙’과 ‘재무제표규칙’ 및 ‘상장법인 등의 회계처리에 관한 규정’과 ‘상장법인 등의 재무제표에 관한 규칙’이 서로 공존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 후 1981년에는 위 넷을 통합하여 ‘기업회계기준’이라는 것을 제정하였다. 이도 역시 ‘재무부 고시’ 형식이었으며, 이는 1999년까지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1958년부터 1999년까지는 정부 주도의 회계기준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어 시행되면서 기본법인 상법과는 별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회계기준 시대는 1997년의 외환위기를 맞은 후에 달라졌다.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민간부문 회계기준제정기구인 ‘회계기준위원회’가 1999년 9월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역시 민간기구로 설립된 ‘회계기준원’에 소속되어 현재에도 활동 중이다. 이의 활동 내용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1998년에 종전의 증권감독원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되면서 기업회계기준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권한이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되어 있던 것을 위탁받아 행사하는 권한이다.
즉 ‘사단법인한국회계기준원’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3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의 2의 규정에 따라 2000년 7월 27일부터 기업회계기준의 제정 개정 해석 및 질의회신 등 권련업무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위탁받았으며, 회계처리기준에 관한 사항을 심의 및 의결하기 위하여 ‘회계기준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모든 외부회계감사 대상기업들은 2003년부터 제정되고 있는 여러 ‘회계기준서’에 따라 회계처리를 수행하여야 하고, 또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계에 관한 기본규정을 두고 있는 상법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소득세법 등의 개별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회계장부에 관한 규정은 이들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이상의 삼자에 관한 상호관련성에 관하여 지금까지 50년간 아무도 심각한 고민을 해온 흔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경리인들은 상법의 회계규정이 있는 지조차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주주총회 등의 결산보고회가 열리는 일부 회사기업에서 상법이 말하는 ‘계산서류’로서 재무제표 등을 작성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 작성은 상법의 규정을 의식하지 않은 채로 이루어진다.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의 상관관계도 분명하지 않다. 세법에서 기업회계를 존중한다는 원칙을 채택하고 있지만, 그 내용과 한계도 분명하지 않다. 기본법인 상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현행 법체계 아래에서는 명확한 결론을 얻기조차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법치주의의 체통을 세우려는 노력의 하나로 기본법인 상법부터 시작하여 회계제도를 규율하는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의 회계규정 등을 포괄하는 모든 회계규정에 관하여 일관성 있고 상호한계성이 분명한 내용의 체계 정리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는 물론 정부와 국회가 주도하여야만 실현가능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