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428조8000억 원)보다 9.7%(41조7000억 원) 늘린 470조5000억 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해 지난 8월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일자리 · 복지예산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내년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이고, 조세부담률도 올해 19.2%에서 내년 20.3%로, 20%대로 올라서게 된다. 국회는 정기국회 회기 동안 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분배정책’으로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지, ‘재정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가 작년과 올해 일자리 늘리기에 예산 54조원을 투입했지만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대란’과 ‘소득 양극화’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7월 취업자 증가 수는 5000명으로 지난해 월평균 신규 취업자 수 31만6000명의 1/60에 그쳤다. 특히 우리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와 청년 일자리 감소폭이 가장 컸다. 청년들이 취업과 결혼, 출산에 나서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이들이 희망 없는 한국을 ‘헬(Hell) 조선’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2/4분기 소득 하위 20% 가계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6% 줄어든 반면 상위 20% 가계 소득은 10.3% 늘어나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 / 하위 20% 소득)이 5.23을 기록했다. 상위 20% 고소득층 소득이 하위 20% 저소득층 소득보다 5.23배 많다는 의미다. 분기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기장 높은 수치다. 막대한 일자리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중심으로 일자리와 소득이 줄면서 빈부 격차가 심화됐다.
내년 복지예산은 162조2000억 원, 역대 최대 규모이고 총예산의 3분의 1(34.5%)을 넘을 정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17년 결산검토보고서에서 “맞춤형 복지사업 추진 과정에서 69조3000억 원의 현금급여를 집행했는데 부정수급이나 과오납 발생이 여전하다”면서 복지 누수 현상을 지적했다. 한편, 한 부모 가정, 치매 등 중증 노인,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사회적 약자 중심으로 기초 생활과 의료 등 기본 복지가 제대로 보장 안 돼 고통 받는 ‘복지사각지대’가 아직도 있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13년간 저출산 대책에 153조원의 나랏돈을 쏟아 부었지만 매년 출생아 수가 줄고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000여 명으로 한해 전보다 4만8000여 명(-11.9%)이 줄어들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출생아 수 4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줄어, 2005년 1.08명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1.1명 이하로 떨어졌다. 일자리· 주거· 보육과 교육· 가정과 일의 양립 등 4가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 해결은 백년하청이다. 예산 편성과 집행에 공평과 효율 확보가 최대 과제다. 이제 효과가 불투명한 백화점식·나열식 복지사업에 마른 논에 물 뿌리기식의 재정 낭비는 시정돼야 한다.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에 정부 지출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국회 예결위에서 매년 되풀이 되는 소위 힘 있는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이 혈세를 낭비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올해는 이 병패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민간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돈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방만한 예산을 편성해 이를 낭비하면 국가가 성장의 원천인 민간 소비와 투자를 가로막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세수 추계 모형을 보다 정밀하게 구축해 세금 초과 징수액을 최소화함으로써 방만한 예산 편성 요인을 줄여야 한다. 다음으로 고용·복지·출산 등 3대 예산 투입 사업에 대해서는 ‘투입 대 산출표’ 작성을 의무화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報告), 별도의 심의를 받는 사후관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복지 수혜 대상자 선정에 있어 상호 견제 장치를 강화해 대상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부정 수급을 줄여야 한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는 민간 일자리를 줄이는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재정정책을 지양해야한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로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A. Schumpeter) 모형에서 성장의 원동력으로 지목한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기업의 자율적인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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