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세계화ㆍ첨단화ㆍ정보화되면서 부(富)와 소득이 대기업과 부자에게 집중되었고, 중소기업과 가계는 분배에서 소외됐다. 이로 인해 양극화, 즉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한국의 중산층 비중은 ‘90년대 초 80%에서 지금은 60%대로 떨어졌다. 이에 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면서 가계 소득 늘리기에 올인 중이다. 가계 소득을 늘려 주면 소비가 증가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다시 고용이 늘어나 경제가 선순환(善循環)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한편, 성장과실이 정부· 기업· 가계로 분배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세제’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주요 정책 수단 중 하나다. 여권에서 양극화 해소 및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얘기가 계속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조세재정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증세 등 재정정책 운영 방향을 마련할 계획으로 있다.
앞으로 세제개혁은 기본과 원칙에 따라 비정상세제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 경쟁력과 투자 유치를 저해한다. 부가가치세를 강화하면 저소득층 부담이 늘어난다. 그러므로 소득이 커짐에 따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를 강화해야 공평과세가 이뤄지고 양극화를 개선할 수 있다.
세목별 과세대상과 기능을 감안할 때, 법인세는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고, 소득세는 이미 높은 세율에 와 있으므로 ‘세율 인상보다 세원 확대’로 그 비중을 높여야 한다. 세원 확대로도 필요한 재원 확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후 수단으로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세는 세율 인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재정의 양극화 해소 기능’이 가장 취약한 국가에 해당한다. 양극화 해소 기능을 가진 소득세 비중이 낮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4.0%다. 조사 대상 28개 회원국 중 터키와 함께 공동 25위였다. 독일(9.3%), 영국(10.4%). 덴마크(24.2%) 등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고, OECD 회원국 평균 8.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미 OECD 평균에 근접해 있고, 소득세 최고세율은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세율 인상은 잘못된 정책 방향이다. 경제잡지 포브스 발행인인 스티브포브스는 그의 저서〈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How capitalism will save up)〉에서 시장경제를 위한 정부 역할의 한 가지로 “세수를 늘리려면 세율 인하를 통해 ’조세 기반(Tax base)’ 즉, 세원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조세정책이 ‘세율 인상’보다 ‘세원 확대’에 집중돼야 함을 시사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세제의 기본이고 세계적 추세다. 과세대상소득(세원)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율을 올려봤자 경기 침체로 과세대상(세원)이 줄어들면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세수는 ‘과세대상금액(소득 또는 거래 금액)×세율’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세원 확대 방안으로는 주식양도차익, 이자·배당, 파생상품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 부자의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가 선결 과제다. 다음으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 차명계좌, 지하경제 등 고소득자의 ’탈세 블랙홀‘을 막는 법과 제도 구축도 시급하다. 여당 생각대로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면 조세저항·자본유출 등 경제·사회에 미치는 비효율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은 종합부동산세로 홍역을 치른 과거가 있다.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는 그 원조인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 유럽 국가가 이를 폐지할 정도로 구시대 유물로 전락했다. 미실현소득에 과세하는 보유세는 실현소득에 과세하는 소득세와 달리 재산 원본을 갉아 먹는다. 이런 성격을 가진 부동산 보유세는 종합과세보다 재산별로 저(底) 세율을 적용, 분리 과세하고 지방세로 하는 것이 조세원칙인 공평과 효율에 부합한다.
다만, 한국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낮은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 높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세제의 기본이고 세계 추세인데 한국은 거꾸로다. 2014년 기준 OECD 국가의 거래세 대 보유세 점유비율은 42% : 58%다. 그런데 2016년 기준 한국의 거래세 대 보유세 점유비율은 83% : 17%로서 거래세에 비해 보유세 부담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 한국은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지금보다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한다.
부동산 보유세가 투기억제 목적 또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편 가르기 핀셋증세’에 동원돼선 안 된다. 이는 보유세 고유 목적과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법은, 먼저 부동산공시가격을 시가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와 통합한 후 일정 수준의 부동산 부자를 중심으로 재산세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보편적 증세가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