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 근 <세영세무법인 고문 · 경영학박사>
정부는 대기업이 총수 일가 등의 비상장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과세방안을 도입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 내용을 보면, 일감몰아주기로 혜택을 본 기업(수혜기업)의 매출액 가운데 일감을 몰아 준 기업과 거래한 비율이 30%를 넘어야 하고, 납세의무자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으로서 지분율이 3%를 초과하는 주주로 제한했다.
예컨대 2012년 중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이고 일감을 몰아준 기업과 수혜법인의 매출액 거래비율이 80%이며 과세대상자의 수혜법인 주식소유비율이 50%일 경우 증여로 보는 금액은 235억원[(1000억원×(80%-30%)×(50%-3%)]이고, 납부할 증여세는 112억9000만원[(235억원×50% : 증여세율)-4억6000만원(누진공제)]이 된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입법과 과세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요 쟁점인 ① 회사 영업이익을 곧바로 주주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 ②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가 아닌지, ③ 이중과세가 아닌지, ④ 증여세 과세표준계산 기준을 정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위헌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지목한 일감몰아주기로 혜택을 본 기업(수혜기업)의 세후 영업이익을 곧바로 주주의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다. ‘법인실재설’을 취하고 있는 상법은 회사 영업이익과 주주이익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데, 세법에서 회사 영업이익을 곧바로 주주이익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수혜기업의 세후 영업이익은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여 배당·상여·사내유보 등으로 그 용도가 정해진다. 그런데 세법에 의하여 수혜기업 주주총회의 결의 내용을 뒤집어 일부 이익을 주주 증여로 보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둘째,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다. 세금을 부과하려면 이익이 실현돼야 하는데 수혜기업 주주의 이익은 상법상 절차에 의하여 배당을 받거나 주식을 양도할 때 실현된다. 세법상 증여세과세 대상이익이 법적으로 수혜기업의 이익으로 남아있거나 배당 등으로 처분된 상태에서 주주의 이익으로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과거 토초세(土超稅)의 경우 주인이 땅을 팔지도 않았는데 세법상 과세이익을 계산해 세금을 매겼다가 미실현 이익 과세라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음을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이중과세’문제다. 수혜기업의 영업이익에는 법인세가 과세되고, 배당받은 주주에게는 종합소득세, 주식을 양도한 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 또한 세법상 특수관계자 간에 저가 또는 고가 거래로 조세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켰다면, 거래가액과 시가의 차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두고 있다. 현행 조세체계에 의하면 대량 또는 고가의 일감몰아주기로 얻게 되는 기업과 주주의 이익은 모두 과세대상소득으로 규정돼 있다. 여기에 일감몰아주기로 이익을 본 주주에게 추가로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필연적으로 ‘이중과세’ 문제가 대두된다. 일감몰아주기로 과세된 증여세액 전액을 주주 배당 소득세 또는 주식 양도소득세에서 공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이중과세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넷째, 증여세 과세표준계산 기준의 ‘임의성’ 문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표준계산 기준(30%, 3%)의 근거와 합목적성이 쟁점이다. 즉, 일감을 몰아준 기업과 수혜기업 간의 거래액 중 거래비율 30%를 초과하는 거래금액을 증여세과세 대상금액 계산의 기준으로 정한 근거와 합목적성, 그리고 수혜기업의 주식을 3% 초과 소유하는 주주와 그 친족이 일감을 몰아 준 기업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자(납세의무자)로 보는 근거와 합목적성이 다툼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공생발전과 세금 없는 부(富)의 무상이전 차단 등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위헌 논란에 자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과세요건(납세의무자 · 과세대상 · 과세표준 · 세율)’을 임의적이고 불명확하게 정하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돼 위헌 가능성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