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근(명지전문대 세무회계과 겸임교수)
올해로 개청 42주년을 맞는 국세청은 그동안 업무의 전산화에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세금의 부과장수에 있어 투명성이 높아졌고 납세자가 국세청을 신뢰하는 바탕을 튼튼히 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세무조사’만은 예외다. 최근 국세청이 한국갤럽과 생산성분부에 의뢰해 조사한 세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조사에서도 세무조사는 가장 불신 받는 세정 중의 하나임이 이를 증명한다.
국세청은 정권이 바뀌거나 대형비리가 터지면 세무조사 쇄신방안을 내놓고 실천을 다짐해 왔다. 그런데도 세무조사업무는 여전히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신뢰받는 세무조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세청의 자정(自淨)노력 이전에 개선해야 할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세무조사와 관련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세무조사를 둘러싼 환경이 오염돼 있는데 세무조사만이 깨끗할 수 없다. 현행 세제는 세율이 너무 높아 기업의 탈세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세율을 낮춰 기업이 소득을 모두 신고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낮은 세율은 기업이 세무조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조사공무원의 부조리를 줄여 세무조사의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또한 기업과 공직사회 및 정치권에 남아있는 뇌물성 부조리도 세무조사가 불신 받는 주요원인이다. ‘삼성특검’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려면 비자금조성이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세를 수반한 비자금 조성은 기업이 세무조사대상자로 선정될 위험과 각종 부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기업경영을 비롯해 사회 전반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세무조사의 불신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세무조사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정비다. 현재 세무조사대상 선정과 조사절차를 비롯한 세무조사 전반이 국세청 내부규정인 ‘조사사무처리규정’에 의하여 이뤄지고 있다. 납세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국세청 내부규정에 의거 조사대상자가 선정되고 은행계좌와 거래처에 대한 추적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큰 세무조사 전반에 조사공무원의 재량권이 폭 넓게 개입할 소지를 터놓은 상태다.
납세자의 재산권보호와 직결돼 있는 세무조사대상자 선정과 조사범위, 조사기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사실시절차가 국회의 입법권을 벗어난 국세청 내부규정에 맡겨진 상태에서 납세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겠는가? 세무조사대상 선정과 조사실시절차를 실정법으로 자세히 규정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반한 조사결과를 무효로 하는 ‘세무조사절차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세무조사절차법에는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에 대한 사전소명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세무조사대상선정사유가 불분명해 세무공무원의 재량(裁量)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특히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2항 제4호에는 세무공무원이 “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를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탈루나 오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무엇인지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애매모호하여 납세자가 억울하게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기 전에 탈루나 오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에 대하여 납세자로부터 소명을 받는 제도를 도입하면 조사대상선정의 객관성이 높아져 억울하게 세무조사대상자로 선정되는 납세자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은행계좌조사요건과 범위, 거래처조사대상과 범위, 조사일수와 조사기간연장사유도 세무조사절차법에 포함돼야 한다. 현재 조사대상자의 은행계좌와 거래처에 대한 조사가 국세청 내부규정에 의하여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무조사에 있어 은행조사와 거래처조사는 납세자를 불안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그러므로 세무조사절차법에 은행조사와 거래처조사를 할 수 있는 요건과 조사범위를 엄격히 규정해 납세자의 세무조사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 조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도 법으로 정해 놓아야 과세관청이 조사실적 부진 등 과세관청의 일방적 사유로 조사기간을 연장하는 폐해가 없어진다.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조사가 되기 위한 근본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무조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국세청의 다짐은 원천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과제다.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행사로 끝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쇄신방안이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세무조사와 관련된 환경개선’과 ‘세무조사절차법의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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