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 총선 결과 예상과 달리 국민은 여당에 177석이라는 압도적 과반 의석을 몰아줬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총선 직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총 동원돼 이뤄진 재난지원금?아동수당 등 선심성 현금뿌리기가 먹혀든 결과로 보인다.
4.15총선에서 선심성 현금뿌리기의 위력을 실감한 여야 정치권은 오는 2022년 대선에서 또 선심성 복지를 쏟아 낼 것이다. 벌써 보수 야당이 ‘기본소득’을 들고 나왔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수준으로 모든 가구에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연 180조원(월 15조원×12)이 필요하다. 이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기존복지 180조원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재원대책과 기존 복지제도 정비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국가부채가 급증하년서 재정이 거덜 난다.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한 국가는 없다. 재원 마련과 기존 복지제도 정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가 18세 이상 성년 1인당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1인당 매월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씩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안을 2016.6월 국민투표에 붙였으나 77%가 반대하는 바람에 도입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국민의 증세에 대한 우려, 이미 촘촘하게 갖춰진 사회보장체계를 포기하기 어려웠던 점이 기본소득을 좌초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복지는 달콤하지만 공짜가 아니다. 그리스 전 총리 파판드레우,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차베스는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해주는 ‘퍼주기 복지’를 펼치다가 재정을 파탄 냈다. 한국 국민이 정치권의 현금뿌리기에 취해 이들에게 계속 표를 준다면 한국도 그리스와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빚더미 한국을 후세에 넘겨줄 수 없지 않은가. 앞으로 재난지원금은 그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돼야 한다. 취약계층 구휼 목적인 ‘재난지원금’은 재산과?소득, 근로 여부를 따지지 않고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기본소득’과 다르다.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가구에 집중적으로 충분하게 지급돼야 그 목적에 맞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추경으로 나랏빚 3조6000억원을 내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부자인 소득 상위 30% 가구까지 돈을 뿌리는 것은 잘못됐다. 이는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이고, 안일한 부채관리에 속한다.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을 사상 최대의 팽창예산으로 편성한데다, 코로나19 대비 역대 최대 규모의 1,2,3차 추경으로,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97조7000억원 늘어났다. 예년의 연간 증가액(35조4000억원)의 2.8배에 해당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말 37.2%에서 올 상반기에 역대 최고치인 43.5%로 급등, 위험 수위(40%)를 넘어섰다.
재정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막아낼 최후의 보루다. 올 하반기이후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으로 인한 기간산업 줄도산 및 대량실업에 대비해 나라 곳간을 함부로 허물어선 안 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최근 한국의 국가채무 급증을 우려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46%를 넘을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채무비율이 미국?프랑스를 비롯한 기축통화국이 포함된 OECD 평균보다 낮다면서 낙관할 일이 아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이고, 청년들의 희망도 일자리에 달렸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복지에 쓸 세금도 주로 기업이 낸다. 그런데 현 정부는 코로나19 해결의 최대 과제가 일자라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노동개혁, 규제완화, 법인세 인하 등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지난 3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등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옥죄는 정책 도입에 몰두해왔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나랏돈으로 공무원을 늘리고 주로 단기 임시직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동안 제조 공장 위주로 많은 기업이 한국을 떠났고, 떠난 기업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결과는 저성장의 고착화, 좋은 일자리 감소로 나타났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국내외기업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 내야 경제가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 코로나19 사태에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우선 과제다. 그런데 21대 국회 들어서도 여전히 반기업, 규제 강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일자리는 누가 만들고 세금은 누가 내나,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