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라는 과세행정청의 과세처분(예: 납세고지)에 대하여 내지 못하겠다거나 깎아달라는 식의 이른바 조세불복 중 최후적인 방법은 행정소송이다. 그런데 국세기본법이나 관세법에는 ‘행정심판전치주의’라는 원칙이 있으므로, 내국세와 관세에 관하여는 행정소송에 앞서 과세행정청 상대의 심사청구나 감사원 상대의 심사청구 혹은 조세심판원 상대의 심판청구 등 전심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방세기본법에는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에 대한 결정을 거치지 아니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지방세에 관하여는 위의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행정소송은 다른 불복절차처럼 단순하지 않아 지방법원인 행정법원(서울시 외의 지방에는 이것이 없고, 지방법원 안에 합의부라는 것이 있다)이 제1심을 맡으며, 고등법원이 제2심을 맡고, 대법원이 제3심(최종심)을 맡는 3심제로 운영된다. 이 경우 제1심 판결에 불복하면 고등법원에 항소라는 것을 제기하여야 하며, 제2심 판결에 불복하면 대법원에 상고라는 것을 제기하여야 한다.
이상의 행정소송은 매긴 세금을 없애거나 깎으라는 뜻의 취소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이를 ‘취소소송’이라 한다. 이 취소소송과 그 전심절차에는 불복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90일 이내’라는 것이 그 예이며, 행정소송의 제2심과 제3심의 경우에는 ‘2주 이내’이다. 이같은 제기기간을 놓치면 해당 불복은 물론이고 이어지는 후속절차에서도 요건이나 절차가 구비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계속 물리침을 당하는 ‘각하’결정이 따르므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이러한 제기기간을 놓쳤거나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경우에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무효등 확인소송’(행정소송법 제4조 제2호)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조세의 부과처분이 무효이므로 납세고지 등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 부과처분이 아예 없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소송이다. 이 무효는 ‘한번 무효인 것은 영원히 무효’라는 식의 논리에 발딛고 있다. 그러므로 법원이 이것을 받아들이면, 낸 세금을 되돌려달라는 이행소송을 통하여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바는 그 해당 처분에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가 있을 경우에만 무효라는 논리이다. 이른바 ‘중대명백설’이다. 대법원은 이 논리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 논리를 원칙으로 하면서 권리구제의 필요성이 아주 큰 경우에 한해 무효로 인정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본질적으로 문제되는 바는 중대한 하자와 명백한 하자가 무엇인가이다. 이것들에 관한 법의 규정은 현재 없으므로, 이론과 판례의 논지에 따라 이해할 수밖에 없다.
먼저 중대한 하자(瑕疵/ ‘흠’이나 ‘결점’이라는 사전의 풀이와는 다른 법적인 뜻의 하자)를 ‘행위에 내재한 하자가 중요한 법규에 위배되는 경우’라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법규에 위배되는 경우’란 세법논리에 따르자면 과세요건의 충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이다. 즉 세법에는 (1)과세권자는 누구인가 (2)납세의무자는 누구인가 (3)과세물건(과세대상을 구체화한 내용)이 무엇인가 (4)납세의무자와 과세물건이 결합하는 상태인 ‘귀속’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5)납세의무자가 과세권자에게 소속되는 시점을 정하는 ‘소속’은 언제 이루어졌는가 (6)납세의무자에게 귀속된 과세물건을 평가한 결과물인 과세표준은 얼마인가 (7)과세표준에 곱하여 세액을 계산할 세율은 어떤 비율인가 등 7가지의 과세요건사실들이 모두 상세히 규율된다. 그러므로 이들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중대한 법규위반이다. 과세요건의 충족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명백한 하자는 주로 사실확인의 명백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위 과세요건사실들이 빠짐없이 구비되어 과세요건을 충족하였는가의 여부에 달린 일이다.
그러므로 행정행위의 하자가 내용상으로 중대하고 외관상으로 명백한 경우에만 무효에 해당한다는 종래의 중대명백설은 과세요건의 충족을 외면한 것으로 세금문제처럼 객관화할 수 없는 보통의 행정처분에 적용되는 논리일 따름이다. 따라서 중대명백설을 조세판례에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는 세법이 행정법의 일부라는 행정법학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세법학은 행정법학과 다른 차원의 학문분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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