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부동산세제는 과세표준을 현실화하고 세율은 내리면서, 보유세(재산세 + 종부세)를 올리고 거래세(양도세 + 취득세)는 내리는 게 기본원칙이다 지금까지 문 정부가 펼친 기본과 원칙을 벗어난 주택정책과 세제는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3000조원에 이르고, 50조원의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순차적으로 풀리고 있는 현실에서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다주택자에 대해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세제는 보유 주택을 매물로 유도하기보다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부추겼다. 도심 재건축 규제는 주택 공급을 줄여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기본과 원칙을 벗어난 주택정책과 세제가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집 없는 중산서민에게 주거 고통을 안기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치다. 집 없는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졌다.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으로 세제혜택 임대주택에서 빠진 아파트 전세 물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 7월 31일 전격 시행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의 혼란까지 겹쳐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하는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세계 각국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정책과 세제로 국민의 안정된 주거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18년 주택 소유자에게 물린 재산세는 10년 전(2008년) 대비 35% 상승했다. 연평균 3.5% 올랐다. 2008년에 재산세로 100만원 내던 가구가 2018년에 135만원을 내는 것이다. 주택 공시가격을 높인 결과인데, 사실 10년간 35% 상승이 급등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세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는 제법 높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납세자들의 눈치를 봐가며 재산세를 천천히 올렸다.
미국 뉴욕주 의회는 2019년 3월 뉴욕시를 제외한 지역의 전년 대비 재산세 인상률 상한을 연 2%로 영구화하는 법안을 심의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뉴욕시를 제외한 지역의 재산세는 연 2%(또는 전년도 물가상승률 중 낮은 수치) 이상 인상하지 못하게 됐다. 미국에서 주택 보유세를 한국과 같이 전년 대비 300%까지 올릴 수 있는 세제 도입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실제 사례를 보면, 서울에 거주 A아파트(공시가격 12억원), 임대중인 중대형 B아파트(공시가격 29억원), 등록 임대 C다가구주택 등 주택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갑)이 올해 납부할 보유세는 57백만원이다. 그런데 대폭 인상된 종부세율이 적용되는 내년에 주택 공시가격이 10%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보유세 예상세액은 무려 1억39백만원으로 올해보다 2.4배 늘어난다. 다주택자(갑)이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부담할 주택 보유세만도 1억96백만원에 달한다. 매년 빚을 내거나 현금으로 억대의 보유세를 내고 견딜 부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다주택자(갑)이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 양도차익이 20억원인 B아파트를 양도할 경우 중과세율 적용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등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아 양도차익(20억원)의 66.25%에 달하는 양도세 13억25백만을 한꺼번에 내야한다. 2021.6.1.이후부터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최고세율이 68.2%에서 82.5%로 인상됨에 따라. 양도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세제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삼아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없도록 대못을 밖아 놓았다.
보유세로서 재산세만 있는 미국의 재산세 세율[주(州) 마다 다름]은 평균 1~2%로 낮은데다 당초 취득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한다. 보유세로서 세율 0.1~0.4%인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있는 한국은 주택분 종부세 세율(1.2~6.0%)이 터무니없이 높다. 여기에 보유세 과세표준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2030년까지 시가수준으로 현실화된다. 높은 종부세율에 과세표준까지 현실화되면 올해는 물론, 특히 내년이후에 납세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 부담이 급증한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보유세 부담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중구조’인 보유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공시가격의 점진적인 현실화, 재산세 세율의 누진기능 강화 등으로 재산세에서 종부세 기능을 흡수하고, 종부세를 폐지하는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정책과 세제만이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다주택자도 정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다. 먼저,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대폭 강화했으면 조세원칙에 충실하게 이들이 집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그 방법은 ‘양도세 중과 세제’를 폐지하는 길밖에 없다. 이래야 ‘동결효과(과중한 양도세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로 묶여 있던 매물이 시장에 풀려 집값과 전셋값 안정으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수요억제정책을 지양하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집중돼 있는 서울 강남 3구를 비롯한 수도권에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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