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는 공평에,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는 효율에 중점을 둔 세금이다. 학계에선 소득세와 소비세를 50:50으로 구성해 공평과 효율이 균형을 이루는 세금 구조를 ‘최적과세(Optimum tax)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소득세와 소비세 비중은 51:49로서 공평과 효율을 함께 고려한 바람직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소득세 또는 소비세 비중을 급격히 높이거나 낮추는 세율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수 규모는 세원(稅源 : 과세대상)과 세율의 크기에 달렸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42%다. 2016년 38%였던 소득세 최고세율이 현 정부 들어 2017년에 2% 포인트, 2018년에 2% 포인트 올랐다. 이제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고, 소득세 중심 국가인 미국(35%)보다도 높게 됐다. 한국 소득세제의 문제점은 세율은 높은데 낮은 세원 포착률 때문에 총 조세 대비 소득세 비중이 낮은 데 있다.
소득세제 개편은 세율 인상보다 비과세ㆍ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 확대에 중점을 둬야함을 시사한다. 숨은 세원을 방치한 채 세율을 올리면 근로자와 같이 세원이 드러난 성실납세자의 세 부담만 늘어나 불공평이 심화된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투자 유치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내리는 ‘조세경쟁(Tax competition)’시대다. 그런데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증세 목적으로 2018년부터 법인 소득 3000억원 초과분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3% 포인트 인상했다. 법인세율을 내리면서 노동개혁과 규제완화에 나선 세계 각국이 높은 성장을 구가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저성장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세율 인상을 비롯한 반(反)기업정책을 펼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세금 인상,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반(反)기업·친(親)노동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에 불과했다. 세계 평균 성장률 3.6%에 훨씬 못 미쳤다. 올해 초 정부의 성장 목표치는 2.4~2.5%였다.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2%대 성장도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저성장으로 기업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청년층과 사회 중추 세대인 40대의 고통이 심각하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세제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해서 기업, 중산서민층과 청년들을 어렵게 해선 안 된다. 기업의 경쟁력은 인재육성과 연구개발(R&D)에서 나온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부자증세’라는 이념적 잣대로 기업지원세제를 재단(裁斷)하고 세율을 올리는 나라에서 과연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겠는가? 한편 대기업과 부자의 편법적 부의 대물림은 공평과세 측면에서 철저히 막아야겠지만,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닌 제2의 창업으로 보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손톱깎이로 유명했던 회사 ‘쓰리세븐’의 경우처럼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상속세 때문에 문을 닫으면 일자리가 줄고 전통적 기술이 사장(死藏)된다.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크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은 91명으로서 상속세 신고인원 대비 1%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은 우리의 188.9배에 달하는 연평균 1만 7,000여명의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양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활용도가 너무나 낮다. 터무니없이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요건’ 때문이다.
정부가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유명무실함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가업상속 후 업종 변경 범위를 확대하고, 자산과 고용 유지의무를 완화하면서,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데 그쳤다. 변죽만 울린 격으로서 기업인들의 실망이 크다. 8가지에 이르는 현행 ‘가업상속공제 사전 내지 사후 요건’을 독일과 같이 고용유지 요건만 두고 없애야 한다. 터무니없이 까다로운 현행 가업상속공제요건을 그대로 두고 원활한 가업 승계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정치권과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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