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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와 세정의 미래지향적 민주화 절실
 저자: 송쌍종 |   당월호가기:454  |  날짜:2014-12-10 |  조회수:18697
 


‘민주화’라는 누가 들어도 솔깃해지는 어구는 우리들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다.하지만 이 말의 깊이를 새겨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는 자못 궁금하다. 이런 민주화를 논의하는 가운데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지난 대통령선거를 전후한 때의 일이였다. 그러나 「세제의 민주화」라든가 「세정의 민주화」라는 구절은 너무 생소한 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꼭 새겨보아야 할 중차대한 함의를 내포하는 말들이라고 생각된다.

요즘의 10조원이나 되는 세수부족을 걱정하는 얘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어쨌건 세법 자체가 너무 고압적이라는 세법수요자들의 불평이 자자하다. 세무조사를 필요 이상으로 강도높게 당한다고 느끼는 납세자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찍히는 것’이 두려워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고 있는 세무실무자들이나 납세자들이 근자에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납세자들이 억지로 세금을 낸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민주화되지 못한 세정이다.

우리가 이웃나라 법제에 의존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세법을 만져 온 역사는 이미 한 세대 30년의 기간을 헤아릴 정도이다. 공평세정의 깃발을 내걸고 국세청이 발족된 이후의 역사는 50년에 다다르고 있다. 이들 과정의 시작시점에서는 민주화를 대전제로 내세운 세제나 세정은 아니었다. 오로지 세수확보에 치우친 목적과 목표를 지향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진정한 민주화로 발돋움하는 세제와 세정이 논의되어야 하고, 더불어 민주주의의 참다운 실현을 위한 세제와 세정을 고민할 때이다. 이는 최근에 더욱 강조되는 규제개혁의 일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조세법제가 민주화되어 있지 못하다고 하면 일단 너나없이 의아해 할 것이다. 겉으로 보아 매우 그럴듯한 법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그 안에 비민주적인 독소들이 꽤 많이 숨어있다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세법조항은 비민주적인 것들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대표자들이 모인 국회가 제정하는 모법에 어긋나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있다면 그것은 입법부가 아닌 행정부의 전횡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 2000개가 채 못되는 모법 조문 중에서 20%에 해당하는 400개의 조문이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놀랄 만한 일이다.

가산세의 규정은 또 어떤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의 가산세 가지수는 많아야 20개 정도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50개가 넘는 가산세 조문이 있다. 그 비율도 매우 높다. 그야말로 가산세왕국인 셈이다. 그러므로 납세자 스스로는 잘못이 없어도 거래 상대방의 잘못으로 가산세를 물어야 하는 억울한 경우도 생기며, 탈세의도가 없이도 걸핏하면 가산세를 내야 한다. 가산세 공포로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는 세무사들도 부지기수이다. 이런 현상은 민주화에 역행하는 세법의 부작용이 드러나는 예이다. 이른바 ‘in bound’라 불리는 국내진출의 외국기업들이 한국의 세법은 지나치게 어렵고 복잡하다는 아우성들이라고 한다. 이 또한 세법제도가 민주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반증의 예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증세없는 복지’라는 정책목표로 말미암아 세율의 조정이 없이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려다 보니 과거에 문제삼지 않았던 부분을 너무 속속들이 파헤치는 세무행정이 지나치게 고강도로 펼쳐지는 가운데 민주세정은 압박세정으로 돌변하는 경향이 생겼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법에 따라 국민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려고 세금을 낸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마지못해 당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그것은 민주화에 역행하는 세정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현상이 과거에 비하여 개선되지 못하고 더 심해졌다면, 이는 민주세정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세법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이나 안전행정부 재정세제국의 당국자들은 민주화에 역행하는 세제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이나 지방세정당국은 세무조사 등에서 비민주적이고 공평하지 못한 세정이 어느 면에서 어느 만큼 펼쳐지는가를 심도있게 검토하여야 한다.
세제와 세정에 관한 불신이 깊어진다면 엄청난 국민저항에 부딛혀 나라가 흔들릴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무엇인가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면밀한 실태조사를 거치는 연구검토가 필요하며,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그 결과 법의 기본정신이나 법철학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세제로 개편되어야 하며, 세법의 이념에 충실한 즐거운 마음의 납세가 유도될 수 있는 세정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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