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침체된 경제 상황을 개선하고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 등 조세의 부수 목적인 조세정책 살현에 역점을 뒀다. 에에 따라 세수 확보라는 조세의 주목적에 소홀한 면이 있다. 2015년 세제 개편으로 연간 늘어나는 세수 규모는 1조 892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봐도 2015년 세제 개편안이 세금의 주 목적인 세수 확보에 소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안정이 필요하지만, 세수 확보를 위한 공평한 세 부담이 훼손돼선 안 된다. 공평 중 ‘수평적 공평’은 소득이 있는 사람은 모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즉, 수평적 공평이 달성돼야 국민개납주의가 이뤄진다. 다음으로 ‘수직적 공평’은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매기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로 세금을 부과해야 달성된다. 올해 세제 개편에서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는 수평적 공평은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2014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결과, 근로소득자의 조세 저항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함에 따라 근로자의 면세비율은 30% 수준에서 48%로 대폭 높아졌다.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제비율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20% 내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 근로자 2명 중 1명꼴로 세금 한 푼 안내는 비정상적인 세제는 그대로다. 또한 사업자의 30% 정도가 소득세 과세미달자이고,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499만 명)의 35.7%(178만 명)가 연 매출액이 4,800만 원 이하인 간이과세자다. 한 달 매출액이 400만원도 안 되는 영세사업자가 3명 중 1명꼴이라는 얘기다. 이익률을 10%로 잡으면 월 소득이 40만원으로서, 흔히 말하는 88만 원 청년세대 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불공평 세제를 그대로 두고 필요한 세수를 확보하기 어렵다. 부자와 관련된 부동산과 주식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한 세금은 모두 누진세율로 종합 과세해야 공평과세가 실현되면서 세수가 확보된다. 그런데도 현행 세제에 따르면 2주택 이상인 자산가의 90% 정도가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세금 한 푼 안낸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배당소득증대세제’도 부자와 외국인에게 감면 혜택이 집중된다. 여기에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주로 부자들이 소비하는 고급시계, 고급가방, 모피, 융단, 보석 등 고가사치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경감하는 세제가 도입됐다.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이유는 소비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과연 부동산 부자, 주식 부자, 고가사치품 소비자들이 세금 때문에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일까? 부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세금 감면은 정부가 의도한 정책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면서 세수만 줄이는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편, 수직적 공평은 저소득층에게는 낮은 세율, 고소득층에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해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매기는 누진세율로 해결할 문제다. 우리나라 현행 소득세율은 연 1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게는 6%의 최저세율, 연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층에게는 38%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우리나라 소득세율은 연 소득에서 소득공제를 차감한 과세표준의 크기에 따라 5단계 초과 누진세율(6%, 15%, 24%, 35% 38%)이 적용된다. 일단 수직적 공평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은데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은 3.6%로서 OECD 국가 평균(8.4%)에 비해 월등히 낮다. 세율은 높은 데 세수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탈세, 비과세와 감면으로 과세대상에서 빠져 있는 세원(소득)이 많음을 시사한다. 현행 대한민국 소득세제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과세대상에서 빠져 있는 소득이 많은 수평적 불공평이 심각하다. 경기침체기라고 해서 세제의 기본 원칙인 공평과세를 허물어선 안 된다. 세수가 부족한 저성장시대의 세제 개편은 세율 인상보다 주식·부동산·금융자산 등 고소득층의 자산관련 소득을 중심으로 세원을 확대하고, 과다한 비과세·감면을 줄여나가야 한다. 2015년 세제개편(안)에서 상장주식·코스닥등록주식 양도 시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과세대상 범위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다. 고소득 자영업자가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는 간이과세제의 폐지도 시급한 과제다. 여기에 세원을 갉아 먹는 지하경제, 차명거래, 역외탈세 규모를 줄이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세제의 기본원칙인 수평적 공평과 수직적 공평 체계를 공고히 구축해 놓아야 불황기에는 세원이 줄어 세수가 줄어들고, 호황기엔 세원이 늘어 세수가 늘어나는 경제의 자동안정장치가 작동된다. 이것이 경제 상황에 맞는 규모의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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