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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사건 전문법원의 설치가 필요하다.
 저자: 송쌍종 |   당월호가기:459  |  날짜:2015-05-10 |  조회수:18409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학제가 시행되면서 그러한 전문대학원이 설치되는 대학교에는 한 세기가 넘도록 존재해 왔던 ‘법학과’가 없어졌다. 이것은 해당 대학에서 법률기술자만을 양성하되, ‘법학’이라는 학문을 필생의 업으로 삼는 학자의 양성은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법학은 다른 분야에서 도중에 뛰어들어 대성하기란 매우 어려운 학문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될 대학에선 그 폐과에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 소가 비웃을 일이었다.
법학 중에서 세법학은 전문성이 가장 수준높게 요구되는 분야이다.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기업경제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이른바 조세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합리적인 과세가 이루어지려면, 세법학의 연구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합리세정이 이루어지는 최후의 보루는 법원의 적정한 조세판결에 달려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전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조세사건의 최종심을 맡는 대법원의 판례동향은 어떠한가. 근자에 와서 조세사건은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에 비하여 판결의 질은 떨어져 가고 있다. 대법관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건의 폭주를 조절하기 위하여 ‘심리불속행’이라는 묘한 제도로 소송가액이 적거나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맡지 않는 사건에 관하여는 ‘링’에 오르지도 못하도록 막아 버린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나라 법원을 모독한다고 항변하는 이들이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이 점은 세무대리(기장대리)를 맡는 세무전문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법원을 상대하는 조세사건을 독점하는 변호사의 자질은 또 어떠한가. 2011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한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명부’라는 책자에 보면, 조세법을 전문분야로 표방한 변호사는 겨우 46명이다. 1만명을 넘는 변호사 중에 조세사건 전문변호사가 이렇듯 적다는 것은 조세법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재판정에서 변론을 하지 않고 ‘상고이유서’로 대신하는 대법원 상고사건에 관하여 그 이유서를 ‘세무사’ 등의 세무전문인이 대신 써주어서 상고가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세법과목이 어려워 극소수 전문대학원생만이 그것도 깊이가 없이 수강하는 졸업생이 나중에 질이 보장되는 조세법 전문변호사가 되기도 어렵고, 그 수 또한 너무 적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법관은 법을 만들지 않는다. 있는 법을 적용하여 판결한다. 그러한 법을 만드는 국회의 수준은 어떠한가. 세법을 제대로 안다고 보여지는 의원수는 몇 명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세법의 제정이나 개정은 행정부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가 관장한다. 그런데 세법조문을 만지는 공무원 중에 대학에서 법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 되었다. 법학과 출신으로 재경직 행정고등고시를 합격한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학의 기초가 없는 공무원들이 짧은 실무경험만으로 법조문을 다룬다. 따라서 문제점을 내포하는 법조문이 줄어들지 못하고 오히려 늘어나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런 법으로 자질이 의심스러운 법관들이 만들어내는 판결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행정법원(서울의 경우)과 지방법원 본원에서 조세사건을 제1심으로 다루는 현재로서는 ‘조세심판원’을 거치지 않고도 제1심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제1심의 판결에 만족하지 못하는 납세자들이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조세법의 전문지식이 모자란 법관이 사건을 다루는 예가 많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제2심인 고등법원의 판결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납세자가 많다. 그러므로 최종심인 대법원을 향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대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진다면, 무엇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독일에서와 같은 조세사건 전문법원을 설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논의조차 없는 조세법원을 우리가 고려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품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과세행정이 대단히 합리적인 세정으로 발전한 지금 조세사건이 과거보다 극히 소수로 줄어든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우리가 조세법원을 설치한다면, 대학과 전문대학원에서 조세법 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상당한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랜 동안 조세사건을 다루면서 실무적으로 터득한 산 지식의 법관들을 많은 수로 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세금문제로 경제발전이 저해받는 일도 줄어들게 되어 경제살리기의 국가정책에 발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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