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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입증책임’ 논의에 관한 비판론 |
| 저자: 송쌍종 |
당월호가기:416
| 날짜:2011-10-09
| 조회수:207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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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에는 ‘국세청’이 주관하고 한국조세연구원이 주최한 “새로운 10년, 국세행정의 역할과 과제”라는 자못 의미가 있어 보이는 대토론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특히 필자의 관심이 쏠리는 주제는 ‘공정사회’와 ‘공정세정’이라는 용어와 연계된 “과세절차상 증명책임 분배의 합리적 조정”이다.
이 발표문의 마지막 결론에는 “조세를 발생시키거나 증가시키는 사실의 진위불명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이, 조세를 소멸 또는 감소시키는 사실의 진위불명에 대한 증명책임은 납세자가, 증거편재가 크게 문제되거나 납세자가 협력하지 않는 곳에는 자료를 통제하는 납세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대목이 보인다. 이에는 상당히 위험한 독소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여기에서 세금을 부담지우는 사실의 참과 거짓이 확실치 않음에 대한 증명책임을 과세행정청이 진다는 것은 전통적인 관행과 법리가 그래왔다는 점에서 당연한 논리이다. 그러나 세금이 없거나 줄이는 사실의 진위가 확실치 않음에 대한 증명책임을 납세자에게 지워야 한다고 함은 억울하거나 부당하다고 보는 세금에 관하여 납세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이길 수 없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는 정부가 마구잡이로라도 과세만 하면 되고, 납세자는 재판의 성패를 좌우하는 막중한 증명책임을 몽땅 떠맡아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발제자인 ‘ㄱ’대학의 신 교수는 작은 제목에서 ‘증명책임 분배’라는 그럴듯한 표현을 구사하지만, 그 내용은 납세자가 입증을 못하면 억울하고 부당한 세금이라도 내고 말아야 한다는 말장난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세금에 관한 증거가 납세자에게 치우쳐 있거나 자료를 내놓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자료를 움켜쥔 납세자에게 증명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이 또한 납세자가 기장을 하지 않거나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면, 세무서는 과세만 하고 그것이 억울하고 부당하면 납세자가 알아서 증명하라는 논리이다. 이는 ‘오리발을 내미는’ 지하경제 부분을 무작정 과세만 하면 된다는 논리에 진배없다.
이들 두 경우는 과연 ‘공정세정’이라 얘기할 성질인가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추계과세’라는 엄청난 무기로 ‘자의과세’를 남발하여 온 국세청이 이제는 전산제도의 발달로 납세자의 속살까지 깡그리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의 ‘빅브라더’가 되어가는 마당에 모호한 사건에 관하여 덮어놓고 과세하고 팔짱만 끼고서 납세자더러 ‘한번 입증해 봐라. 못한다면 세금을 내라.’고 하면, 공정한 ‘게임’이랄 수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알려진 주제발표자는 미국 얘기와 독일 판례를 들면서 종래의 조세법이론은 수정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와 가장 가깝고 여태까지 너무 많은 것을 귀감삼아 온 일본의 판례나 이론은 왜 참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변호사에게 건당 5백만원을 내야만 소송이 겨우 시작되므로 이 액수를 넘지 못하는 소액사건은 법원 문턱을 넘보지도 못하는 처지에서 납세자에게 입증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가 아닌가.
미국은 모든 소송이 당사자간에 대등한 게임을 벌이도록 하는 변호사 천국의 나라다. 그러므로 대륙법계 나라에서와 같은 행정소송도 따로 없다. 공정한 게임이 되려면 양편의 실력이 비등하여야 하고, ‘룰’이 공정하여야 하며, 심판(법원)이 중립적이라야 한다. 헌데 우리의 현실은 과세관청이 칼자루를 쥐고 있고, 납세자는 칼날을 쥐고 있는 ‘갑을관계’ 중의 ‘을’이다. 따라서 호랑이와 강아지의 싸움에 강아지에게만 입증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룰이 공정하려면 심사청구 등의 불복신청기간부터 90일이 아니라 외상매출금의 시효처럼 최소한 3년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세청의 모든 자료를 납세자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처럼 가산세의 제재가 많은 나라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바,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위 지하경제부분에 대한 과세의 발상은 부가가치세법을 고치는 일부터 착수하고 보아야 한다. 아직 울퉁불퉁한 대지의 택지공사 계획도 없는 처지에 집부터 짓자는 얘기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한다. 더구나 국세청이 좌판을 벌인 세미나에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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