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07년 시작된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경기침체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적 사건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와 관련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의 급증이 금융위기 발생의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신용등급이 낮은 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금융기관이 이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유동화하고, 다시 이를 기초로 한 파생금융상품이 만들어 지면서 금융위기의 불씨가 잉태되었고, 그 위기의 범위가 크게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2008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수많은 유수한 금융기관이 도산에 처하게 된다. 세계 3위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유동성위기에 빠진 후, 뱅크어브어메리카(BOA)에 인수되었고,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하였으며, 미국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는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금융기관이 도산에 이르게 되면, 도산 금융기관의 경영진은 다양한 관련 당사자로부터 제기되는 소송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등과 같은 정부기관이 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고, 도산 금융기관의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특히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경영진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 위반, 사기(fraud) 등을 이유로 한 민사책임을 추궁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한 최근의 대표적 사건 중의 하나가 2009년 미국의 델라웨어(Delaware) 주법원이 판결한 AIG주주대표소송사건이다.
AIG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는 AIG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핵심 경영진들이 수많은 불법적인 금융거래행위에 관여하였고, 그 결과 회사가 큰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회사의 재무상태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거래를 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조세회피를 위한 불법적인 거래를 하였다는 점이다. 셋째, 불법적인 금융상품을 다른 회사에 판매하였다는 점이다. 넷째, 시세를 조작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의 핵심 경영진들은 원고 측의 신인의무위반 주장을 기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소송에서 델라웨어 주법원은 원고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었다. 즉 AIG의 핵심 경영진은 신인의무를 위반하였고, 따라서 회사에 만연한 부정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미국의 최대 보험회사인 AIG에서 어떻게 이러한 불법적인 금융거래행위가 쉽게 자행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AIG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적절하게 기능하였다고 하면, 그러한 불법적인 금융거래행위가 자행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AIG의 최고경영자의 장기집권이 있다. AIG의 최고경영자는 이사회의 의장직(chairman)을 겸직하면서 거의 40년 동안 회사를 지배하면서 경영을 해왔다. 따라서 그는 회사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며, 막대한 보수 책정을 통해 회사의 핵심적인 집행임원들을 통제해 왔다. 나아가 그 집행임원들조차도 최고경영자와 함께 10여년 이상 회사의 업무를 집행해 왔다. 이러한 회사의 내부적인 경영상황이 불법의 온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IG주주대표소송사건 판결을 통해 몇 가지 법적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보험업법의 관점에서 본다면, 금융감독당국은 보험회사의 CEO 리스크를 보다 면밀하게 감독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기업지배구조의 측면에서는 보험회사의 감사위원회 총위원의 3분의 2이상이 사외이사일 것(보험업법 제16조 제2항 1호)을 요구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개정하여 보험회사의 감사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입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 회사법의 관점에서 본다면, 보험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이사의 감시의무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될 필요성이 있다. 나아가 보험회사의 이사에 대해 고도의 선관주의의무를 해석상 요구함으로써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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