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개최된 대한항공 주주총회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그 주주총회의 결과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정관에 의하면, 사내이사의 선임은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주식 11.56%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기업가치의 훼손 등을 이유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한 것이 부결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30일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할 수 있는“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제정하였다. 즉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및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한국 상장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로서의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부결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국민연금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형은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금융회사의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실패에서 찾고, 그러한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경영에 대한 기관투자자 주주의 무관심도 기여를 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사회와 주주 간의 상호 정보공유를 통해 생산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공을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독립적 규제기관인 Financial Reporting Council이 2010년 스튜어드십 코드의 내용을 확정하고, 2012년 9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한 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목표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공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스튜어드십 코드의 준수 대상은 영국의 상장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영국내 기관투자자이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자발적 준수서약을 통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이웃한 일본의 경우에는 2014년 2월 금융청을 사무국으로 하는 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유식자검토회가 『책임있는 기관투자자의 제원칙<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투자와 대화를 통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를 공표하였다. 2016년 3월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를 수용한 금융회사는 신탁은행, 투자·투자자문회사, 생명보험회사, 손해보험회사, 연기금, 의결권행사자문회사 등 총 206개사이다. 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을 통해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6년 12월 16일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가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제정하였다. 이 원칙에 의하면,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이란 기관투자자가 타인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자로서 부담하는 책임으로서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 향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고객과 수익자의 중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할 책임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나아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의 성공적 이행은 회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유도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자본시장과 경제 전반의 건전하고 내실 있는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원칙은 기본적으로 한국 상장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즉 자산소유자와 자산운용자에 적용되지만, 이 원칙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만, 참여 기관투자자 등은 “원칙 준수 및 예외 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에 따라 기본적으로 원칙을 준수하되, 예외적으로 원칙을 준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 원칙의 준수여부 및 이행 수준에 대한 조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담당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지배구조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적극적 주주행동주의의 제도적 구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 주주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 운용의 독립성 및 투명성이 보다 강하게 요구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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