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7.1. 부가가치세제를 처음 시행할 즈음 당시의 재무부 당국자들은 부가가치세에 관한 세금계산서제도가 시행되면 이 땅에서 탈세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그 후 40여년의 시행을 거쳐 온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비중은 20%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 국책연구기관의 평가이다. 그렇다면 모든 경제거래의 내역을 제대로 밝히도록 함으로써 과세당국이 충분한 과세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세금계산서에 관하여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점과 관련하여 현행 세금계산서제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자는 주장이 일부 세무전문가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평소에 필자도 이에 관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오던 터이므로, 2015년까지 5년에 걸쳐 “부가가치세법론”이라는 이론교과서 형태의 단행본을 단독저서로 네 번씩이나 내놓았던 필자로서 세금계산서에 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단편적이나마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할 당시부터 세금계산서를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세자료의 수집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이 점은 부가가치세제를 채택한 전 세계의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가장 철저한 편이며, 이 기조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이는 전단계세액공제법에 따라 납부세액을 계산함에 있어 공급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았더라도 공급사실이 확인된다면 그 금액을 예외없이 매출세액으로 취급하면서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는 매입세액에 관하여는 그 공급받은 사실이 사후에야 확인되면 공제금액으로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실로 미루어 알 수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세금계산서와 관련하여 견지하여 온 매입세액 불공제에 관한 지나치게 엄격한 강화책을 이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부가가치세법에는 처음부터 일반면세제도라는 것이 도입되었다. 이를테면 식용으로 제공되는 농·축·수·임산물 등의 기초생활필수품이나 의료보건용역과 교육용역 등 국민후생 관련의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등과 같은 20가지가 넘는 일반면세대상을 규정하고서 이러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관하여 세금계산서 발급의무를 면제하여 왔다. 이처럼 일반면세대상인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은 비과세의 성격으로 치부하여, 그러한 사업자들을 세금계산서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어 버렸으므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일으켜 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식량작물재배업’은 소득세법상의 과세사업에서 제외되어 있으며(소득세법 19①(1)), 부가가치세법상으로는 그 작물(재화)의 공급이 일반면세의 대상이므로 세금계산서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러므로 그 공급이 도매상이나 제조업체와 연계되더라도 세금계산서의 발급의무는 생기지 않는다. 이는 곧 도매상(전국에서 5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의 탈세(이는 자못 심각한 수준이다)로 이어지고, 또한 제조업체의 탈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과세자료의 양성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같은 경우에 2017년부터 시행된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제도(부가가치세법 34의2)를 개선하여 납품받는 도매상이나 제조업체로 하여금 보통의 영수증 대신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 매입세액공제를 받도록 강제한다면, 과세자료의 상당한 양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는 경우에는 연쇄적으로 바람직한 효과가 증폭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예를 들면 과거에 과세재화로 거래된 재화가 중고품으로 판매될 적에 해당 판매자는 사업자가 아니므로, 세금계산서의 발급이 없이 음성적으로 거래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중고품을 가공하여 새것으로 판매하는 사업자는 매입세액공제가 불가능하므로, 세금계산서를 정상으로 발급하고서 판매할 수 없다. 결국 편법거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탈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상과 같이 세금계산서제도가 포용하지 못하는 수많은 거래가 편법으로 행해지는 실정이므로, 그 외연을 크게 넓히고 정상적인 거래를 바라는 수많은 역외 사업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개혁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 당국은 민관합동의 실태조사를 선행하여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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