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기업 상속에 부과되는 과도한 ‘상속세’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재계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의 평가액은 약 18조9600억원이다. 이 경우 유족들은 상속세 최고세율(50%)에 최대주주 할증(20%)까지 더해 60%의 높은 세율에다 특별한 공제 없이 11조366억원(실효세율 58.2%)에 달하는 징벌적 상속세를 내야한다.
그런데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회장처럼 18조9600억원의 상장주식을 직계비속이 상속하는 경우 주요 국가별로 유족이 부담할 상속세는 많은 차이가 난다. 일본 10조4280억원(실효세율 55%), 미국 7조5650억원(39.9%), 독일 5조6880억원(30%), 영국 3조7920억원(20%)이다. 한국의 상속세(11조366억원)와 비교할 때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에 상속공제액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는 당장 세수입에 눈이 어두워 일자리?세수 등 ‘황금알을 낳는 기업’의 배를 가르는 수준이다. 2018년 기준 주요국의 100년 기업 현황을 보면 일본 3만3079개, 미국 1만2780개, 독일 1만73개, 네덜란드 3357개이다. 600만여 개의 기업이 있는 한국에는 100년 기업이 단 9개사에 불과하다. 1896년 박승직 상점으로 출발해 올해로 창립 125주년을 맞는 두산을 필두로, 신한은행(전 조흥은행), 동화약품, 우리은행(전 상업은행), 몽고식품, 광장시장(부동산임대), 성창기업, KR모터스(전 대전피혁), 경방이 100년 기업 반열에 올랐다.
현행 상속세제는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기업을 상속하면 상속세를 내기위해 기업을 팔아야할 정도로 상속세 부담이 높다. 우수한 인력,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경쟁력 있는 기업도 ‘상속세’라는 암초를 만나면 경영권이 기업 사냥꾼에 노출된다. 실제로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쓰리세븐(손톱깎이), 유니더스(피임기구), 락앤락(밀폐용기), 농우바이오(종묘) 등 다수 기업의 경영권이 상속세 때문에 사모펀드 또는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 당국은 다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상속 세제를 획기적으로 개편, 기업 상속인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속세 부담을 대폭 줄여줘야 한다. 이래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쟁력 있는 100년 기업이 늘어난다.
첫째, 정부는 기업 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구시대적 시각을 버리고, 세계적으로 높은 ‘명목 상속세 최고세율(50%)’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 수준으로 낮춰야한다. OECD 37개 회원국 중 주요국의 명목 상속세 최고세율을 보면, 55%인 일본만 우리보다 높다. 나머지 프랑스 45%, 영국 40%, 미국 40%, 독일 30%, 네덜란드 20%, 덴마크 15%, 터키 10%, 스위스 7%, 이탈리아 4% 등 18개국이 우리보다 상속세율이 낮다. 스웨덴?캐나다?호주 등 17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다. 이는 상속세는 소득세가 과세된 소득으로 형성된 자산을 과세대상으로 함에 따라 ‘이중과세’된다는 점과 미 실현소득에 과세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한국의 명목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최대주주 주식 평가 시 적용되는 할증률(20%)을 감안하면 60%로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여기에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45%로서 이 또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 OECD 회원국의 70%가 상속세가 없거나 상속세율을 한국 소득세율의 절반(22.5%) 이하의 저(低)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45%)과 OECD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26%)을 감안할 때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22.5~26%가 적정하다.
둘째, 정부는 현재 총 10가지에 이르는 ‘가업상속공제요건’ 중 직계비속의 가업상속요건, 상속 후 일정기간 상속 당시 고용 인원을 유지해야하는 고용유지요건 등 2가지만 남기고 모두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돼 있는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과 500억원에 묶여있는 가업상속공제금액 한도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가업상속공제요건으로 상속 후 일정기간 ‘고용유지요건’ 한 가지만 있는 독일은 연 평균 8만여 개 기업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는다. 반면 가업상속공제요건에 온갖 사전?사후 규제를 동원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한국에서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기업은 고작 연 평균 80여 개에 불과하다.
셋째, 동일 소득에 상속세와 소득세가 이중과세되는 점, 상속시점에 세 부담이 집중돼 기업 경영권 유지가 어려운 점을 비롯한 상속세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속세를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상속인이 사업용자산인 토지?건물?주식 등을 상속받아 일정기간 가업을 영위하는 경우 상속세를 과세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상속 후 상속받은 자산을 처분해 소득이 실현되는 시점에 상속인에게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소위 ‘과세이연제도’다. 이 방법은 현재 스웨덴?호주?캐나다 등이 시행 중이고,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상속세 개편안을 마련 중인 정부와 여당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상속세의 자본이득세 전환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