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3%대에 머물렀고 2014년에도 3%대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4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주요 원인은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가계부채, 부동산 침체, 신수종(新樹種) 개발 정체 등 구조적 요인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중한 빚을 지고 있는 서민 가계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경제 주체들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 심상치 않다. 또한 경제예측기관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에도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3년 연속 물가상승률 1%대 기록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경제가 이런 저성장·저물가에 빠지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구조적 경기침체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부터 높여야 한다. 잠재성장률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 수’와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올라가는 구조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출산과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또한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육성과 혁신적인 기술개발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면서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다. 한국의 출산율은 1.23명으로 세계 223개 국가 중 뒤에서 6번째로 낮을 정도로 심각하다. 2016년에 생산가능인구가 370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부터 하락하고, 2017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게 된다. 우리나라는 불과 3년 후에 경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상대적으로 성장 여건이 좋은 시기인 앞으로 3~4년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2015년에도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회복한 일본 자동차·전자 업체가 한국 업체와 경쟁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역습을 계속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 기업과 중국 기업의 기술 격차는 2010년 17.8% 포인트에서 현재 12.5% 포인트로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신발·의류 등 생산요소 투입형 저가 제품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 개발국에 넘어 간지 오래다. 반면에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 첨단제품은 일본·독일 등 기술 선진국에 한참 뒤쳐져 있다. 우리 기업은 신흥 개발국과 기술 선진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얘기다. 기업의 경쟁력은 창의와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수종’으로부터 나온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신수종을 내놓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가 창조경제에 역점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4년과 10년 전인 2004년의 10대 수출품을 비교해 보면 놀랍게도 컴퓨터와 영상기기, 단 두 품목만 밀려났을 뿐 8개 품목은 그대로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고 앞으로 먹고 살 신수종 개발이 정체돼 있다는 반증이다. 같은 기간 중국이 7개의 주력 수출 품목을 새로이 등록한 것과 대조된다. 경제 환경이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 성장의 원동력인 ‘투자와 소비’가 쪼그라들고 있어 걱정이다. 대기업은 돈을 쌓아 둔 채 투자하지 않거나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를 피해 해외로 떠나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FDI)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편 중소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할 돈이 없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 획기적인 투자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더불어 정부와 대기업은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 체제 구축, 세제와 공정거래법 등으로 3불(불균형· 불공정· 불합리)’ 해소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공평세제 구축,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강화 등으로 부자와 중산서민층 간의 부(富)와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경기침체는 재정확대, 양적완화 등 마른 논에 물 뿌리기식의 대증적 요법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긴 호흡으로 경제체질을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출산율과 고용률을 높여 소비 인구와 생산가능 인구를 늘려야 한다. 그러면서 국가와 기업의 역량을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집중 투입해 신수종을 개발하고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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