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이 해에도 예외없이 세제개혁을 논하고, 법조문을 여러 모로 손을 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모두 합쳐봐야 부칙을 빼면 2,000조문 남짓한 조세법률 중의 500조 정도를 지금까지 해마다 난도질해 왔으므로 그러하다. 하지만 이번만은 오로지 다음 정부를 위한 개편작업이 되어야 함을 당국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오는 정기국회를 통과하는 개정세법들은 어차피 2012년 2월에 들어서는 새정부가 시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해에 들어설 정부는 현정부의 정권재창출에 의한 것이든 야권의 승리에 따른 새정부이건 간에 금년말에 개정되는 조세법률을 적어도 첫 해만은 그대로 시행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해에는 정부로서 과욕을 부릴 필요가 전혀 없다. 따라서 당국자들은 겸허한 자세로 기본원칙에 충실하면서 다음 정부의 재정만을 염두에 두는 세제개편작업에 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기회에 새 정부에서 시행할 새로운 세제를 위한 개편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종래에 기획재정부는 권위주의에 도취되어 자기네들이 주축이라는 생각으로 학계나 실무계에서 개진하는 의견들을 받아들이는 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과세체계는 일곱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갈래는 (1)법인기업에 대한 법인세과세체계 (2)개인소득에 대한 소득세과세체계 (3)개인의 상속과 증여에 관한 상속증여세과세체계 (4)법인과 개인의 구분 없이 납세자와 담세자가 다르게 과세되는 간접세과세체계 (5)법인과 개인 모두의 보유재산에 과세하는 재산세과세체계 (6)재화수입에 과세하는 관세과세체계 (7)나라의 안팎으로 드나드는(in-bound or out-bound) 투자자산과 소득의 유출입에 대한 국제조세체계 등이다. 이상 모두를 큰틀에서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 그 이유는 ‘코로나 19(covid 19)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활동의 위축으로 조세수입은 급감하는데, 재난구조금의 지급 등으로 재정지출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국채발행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조세수입을 겨냥한 세제개편은 절실하다.
먼저 법인세과세는 공익신탁재산소득을 빼고는 법인에 귀속되는 모든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삼는 네거티브방식(negative method)의 포괄소득세제이므로, 손댈 것이 없는 상황이다. 세율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는 코로나환경에서 절대적인 소득감소가 일어나므로 엄두도 낼 수 없다.
이와 달리 소득세과세체계는 손댈 만한 구석이 있다. 소득세는 과세대상으로 열거된 소득만을 과세하는 파서티브방식(positive method)의 열거주의 소득세제이므로, 이 기회에 법인세처럼 포괄소득세제로 전환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현재 기업농의 농업소득은 소득세법의 어디에도 과세규정이 없으므로, 과세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된다(원천적 비과세). 그러므로 고등채소나 과일이 기업농에서 과세되지 않고 8단계를 헤아린다는 도매상들에게 부가가치세와 소득세의 탈세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상속증여세과세체계에 관하여는 변칙증여를 막는 조치가 더욱 강화되어야 하지만, 상속재산을 그대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일정기간 동안 상속세를 이연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겸하여 과다하다고 판단되는 상속재산공제를 큰폭으로 줄여 상속재산이 사장되지 않고 투자재원으로 활용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간접세과세체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가가치세제를 완전히 일신할 때가 되었다. 먼저 해묵은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하여 영세사업자를 세금계산서의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리고 매입세액공제를 발생주의가 아니라 실현주의방식으로 바꾸어 국고로 수입된 매입세액만을 공제함으로써 국고유출을 방지하여야 한다. 재산세과세는 지난해에 지나친 정책세제를 채택하여 몰수세율에 가까운 세율을 채택한 개악세제를 정상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증대에 진정으로 보탬이 되는 선순화세제로 되돌려야 한다. 끝으로 국제조세에 관하여는 4차산업혁명(디지털혁명)의 시대에 접어든 이때에 디지털세 등의 도입을 위한 전향적인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