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기업가치와 기업신용을 평가하는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회계정보는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투자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회계는 기업경영의 언어이며 다양한 이해자 간의 효율적인 소통의 수단이다. 이러한 언어의 표준지침인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을 우리나라는 2011년에 전면 도입하였다. 기업과 시장변화에 따른 우리의 자연스런 선택이다.
IFRS의 채택은 국가 간 비교가능성과 회계투명성을 향상시켜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IFRS의 도입은 통일된 회계기준을 사용하기에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비용절감도 가능하다. 또한 국내와 해외에 대한 투자가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몇 년 전 영업이익 공시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IFRS는 원칙만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많이 허용하기 때문에 기업자율에 의해 영업이익을 계산하는 대신 주석을 통해 자세히 공시하도록 하였다. 이 점이 예상치 않은 문제를 일으켰다. 과거 영업외수익으로 분류하던 유형자산처분이익과 배당금수익 등을 영업이익에 포함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몇백% 증가하는 기업들이 발생하였다. 이들 중 절반은 영업이익 항목을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새로운 회계제도를 이용해서 흑자전환이 가능하였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 7월 회계기준원을 통해 영업이익을 2011년부터 표시하도록 의무화했고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차감한 것으로 판매관리비의 세부항목들을 열거하였다.
우리나라 코스닥 제약·바이오(바이오)기업들이 외국에 비해 연구개발비 중 개발비를 과다하게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는 비판이 일고 2018년 금융감독원이 테마감리에 들어가자 기업들이 스스로 무형자산으로 계산하던 개발비 비용인식을 늘리기 시작하였다. 메디포스트는 기존 연구개발비용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차바이오텍은 과소계상된 연구개발비를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셀트리온과 씨젠 등은 2017년 전체 연구개발비 2268억원의 74.4%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였는데 계속 IFRS의 개발비 무형자산 인식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비의 무형자산회계처리는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활동을 위축시키고, 기술개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당기에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인식할 경우 순이익이 급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연구개발활동을 위한 자본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기업들은 원래 계획하였던 연구개발활동을 취소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는 바이오산업의 위축과 기술개발 및 경제성장의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특히 신약개발 같은 분야는 무형자산의 수익창출 가능성에 대한 주관적 해석으로 인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9월 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하고 약품의 유형에 따라 언제부터 ‘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를 규정하였다. 그 중 신약은 임상 3상 개시 승인시점부터 그리고 바이오 시밀러 제품은 임상 1상 개시 승인시점부터 자산화가 가능해졌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회계기준을 제정하거나 새로운 회계정보의 공시를 기업들에게 요구할 때 회계정보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 금융당국이 어떻게 회계처리하는가에 따라 회계투명성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과거 우리나라는 회계적 이슈와 관련하여 선택적 회계처리 방법을 혼합하여 사용한 경우가 있었다. 주식의 시가평가와 관련하여 평가손실의 일부만을 당기손실로 인식하도록 허용한 것이 그 예이다. 선택적 회계처리를 혼합절충하여 사용하게 되면 원칙성과 일관성을 잃게 되어 회계투명성이 의심받게 된다.
상황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채택하고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제도는 발전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큰 방향과 디테일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제도의 선택이 어떠한 장단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신중한 판단과 함께 논리가 뒷받침되는 일관성있는 회계정책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의 제고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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