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소비와 생산의 원동력이다. 인구가 줄면 소비는 따라서 줄어든다. 이는 기업의 생산을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노령인구가 늘어나면 소비 감소와 함께 사회안전망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제·사회 각 분야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소비와 생산을 감소시키는 ‘저출산·고령화’는 바로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최근 몇 년간 우리 경제가 2%대 초반의 저성장에 머문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인구 고령화에서 비롯됐다.
한국은행이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반영해 인구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 시나리오를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0~2015년 연평균 3.9%이던 경제성장률은 2016~2025년엔 1.9%, 2026~2035년 0.4%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6~2045년에는 아예 실질성장률이 0%로 주저앉는다. 인구고령화 속도가 워낙 가파른데다, 은퇴 뒤 사회안정망이 부족해 곧바로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3년간 수백 가지 저출산대책에 143조원의 나랏돈을 쏟아 부었지만, 2018년 합계출산율(출산 가능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은 0.98명으로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꼴찌다. 2018년 신생아 수는 30만명대 초반으로 ‘70~‘80년대(연평균 80만명)의 37.5%로 떨어졌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30만명 수준도 붕괴된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와 생산의 원동력인 인구가 심각한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 진료비 보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文) 케어 정책으로 2018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사상 처음 30조원을 돌파했고, 건강보험수지는 1778억원 당기적자를 기록,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정부의 기초연금 인상 정책과 고령화가 맞물려 노인 기초연금 지급액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가 미래세대의 부담과 나랏빚을 늘리는 주범이 됐다.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2020년 올 한해 ‘저출산·고령화’가 개선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효과가 불분명한 백화점식 저출산·고령화대책으로는 인구 문제를 풀기 어렵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는 호황기엔 결혼이 늘고 출산율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먼저 우리경제의 성장 능력 즉, ‘잠재성장률’을 높여 성장과 고용, 복지가 선순환(善循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은 인구와 취업자 수, 노동생산성에 달렸다. 한국은 이미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기 시작했고,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4%가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여기에 잠재성장률을 증가시키는 핵심 요소인 제조업 ‘취업자 수’가 악화일로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젊은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한편 실효성 있는 출산율 제고 방안 등 소비와 생산을 뒷받침할 수 있는 특단의 ‘인구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저출산·고령화대책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일이다. 지금은 일자리·출산·노후대책 담당 부서가 달라 따로 논다. 이른바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 가려지지 않고 재정 낭비가 심각하다.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기능상 콘트롤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저출산·고령화정책을 보다 강력하고 종합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시스템개혁이 필요하다. 일본의 인구 문제 총괄담당 1억 총활약상(장관급)과 같은 인구정책 종합 컨트롤타워의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다.
다음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로봇·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기술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는 일자리 안정과 노동유연성을 전제로 한 ‘노동개혁’과 기업 활력을 높이는 ‘규제개혁’이 필수다. 기술은 취업자를 줄이는 변수일 수 있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서 이끌어가는 ‘신(新)기술’은 노동생산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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