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호 영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08년 가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이후 우리 경제에 미친 파생금융상품에 따른 피해는 매우 컸다. 중소 수출기업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은행의 환헷지 상품에 가입했다가 환율급등으로 2조 5000억원의 환차손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금리, 환율, 주가의 변동으로 인해 기초 자산의 가치가 달라지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금융상품이다. 파생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사물이 어떤 근원으로부터 갈려 나와 생김’으로 정의 되어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돈을 꾸고 빌리는 것, 주식 및 외환 거래 등과 같은 전통통적인 금융상품의 거래로부터 변형된 상품이다.
파생금융상품은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날씨를 관측해 이듬해 올리브 농사가 풍년이 될 것을 예측하고 자신의 마을에 있는 모든 기름 짜는 기계에 대한 ‘사용권’을 구매함으로 시작되었다. 이듬해 탈레스의 예측대로 올리브가 풍년이 들자 기름 짜는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한 탈레스는 기계를 비싼 가격에 빌려주고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만일 탈레스가 기름 짜는 기계를 구입한 후, 올리브 농사가 흉작이 되었다면 그가 입은 손실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러나 기름 짜는 기계를 사용할 권리만을 구입했기 때문에 탈레스는 단지 그 권리를 확보하는 데 든 금액만 손실을 입었다. 따라서 파생금융상품의 장점은 계약하는 시점에 손실의 한도를 확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의 또 다른 예는 다음과 같다. 벼의 가격은 작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농가의 수입도 변동한다. 이때 중개업자가 어떤 특정한 가격을 제시하고 그해 가을에 수확한 벼를 그 가격에 모두 구매해주기로 약속할 경우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벼의 가격이 떨어져 자신의 수입이 줄어드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만약 그해 가을에 수확한 벼의 가격이 사전에 서로 합의한 수준에 비해 높아진다면 농가는 손실을 보게 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이익을 보게 된다. 농가는 벼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중개업자에게 이전한 것이다. 따라서 파생금융상품의 또 하나의 장점은 거래 당사자 간에 위험을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반면 파생금융상품은 투기를 불러 금융시장에서 전반적인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에서는 2009년에 확정계약에 대한 위험회피회계를 현금흐름위험회피에서 공정가치위험회피로 변경하였다. 이는 특히 조선업계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이다. 환율 급등시 현금흐름 위험회피의 경우 조선호황기에도 파생상품부채가 증가하고 자본이 감소하는 등 재무제표의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순이익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 및 실적과 무관한 부채비율 증가로 청산기업에 가까운 재무제표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선박건조의 know-how축적으로 선박건조계약의 성격이 확정계약의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매출액의 70%를 헤지 한다고 함) 공정가치 위험회피를 적용하면 헷지거래로 인해 파생상품부채가 증가하고 수주계약으로 인해 확정계약자산이 증가하거나 또는 파생상품자산이 증가하고 확정계약부채가 증가한다고 한다. 이때 확정계약자산/부채는 공정 진행률에 따라 매출액으로 가감 반영되고 선물환계약 만기정산에 따른 환차익을 인식한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원(IASB)에서는 확정계약에 대한 위험회피회계를 현금흐름위험회피로 잠정결정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로서 확정계약 현금흐름위험회피회계가 확정계약 공정가치위험회피회계보다 이해가능성과 정보유용성이 높음을 들었다. 이에 정부, 한국회계기준원, 조선업계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에서는 회의에 참석하여 현금흐름위험회피회계는 조선사의 경제실질을 미반영하는 조치이며 한국조선업계의 일반현황, 조선산업/선박거래 특성, 조선사의 총 자산 중 파생자산 비율비교, 부채비율악화와 자본잠식의 문제점 등을 실증적 사례를 통해 설명하였다. 학계에서도 조선업은 현재 선물환거래만 이용하고 있으나 기타 헤지 수단으로 풋옵션 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조선사의 경제실질을 반영할 수 있는 가능한 대안으로 자산/부채의 차감표시의 효용성을 피력하였다. 향후 2010년 1사분기에 공개초안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데 우리측 입장을 재정리하여 적극적으로 개진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회계기준원, 조선업계, 국제회계기준개정 연구위원회간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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