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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사회를 위한 전문일꾼이 되려/공인회계사

저자: 진현성 | 당월호가기:328 | 날짜:2004-05-27 | 조회수:4421

<제38회공인회계사시험합격>
<필 자 소 개>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제38회)
삼일회계법인 호남본부 근무(현)
TEL. 011-9606-0271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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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공인회계사가 되었다. 정말 꿈이 이루어진 것인가?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나는 그 초조함과 긴장, 두려움을 모두 품은 채, 순천을 향하고 있었다. 합격자 발표가 있을 거라는 소식에(원래의 예정일 보다 하루 앞 당겨졌다는 소식) 정신은 정말 심약해졌고, 아마 속은 새까맣게 타고 있었다.
순천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나는 금감원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가장 먼저 합격 소식을 들었다. 정말 내가 합격했다는 것인가? 나도 할 수 있는 거였구나 라는 생각에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부랴부랴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소식을 들으신 어머님은 여태껏 쌓아두신 근심걱정을 한번에 풀어
버리시려는 듯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을 잇지 못하셨다.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초과수요라고 해야하나?
회계법인에서의 일자리가 합격한 공인회계사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 문제 는 이번에 갑자기 불거져 나온 문제는 아니었다. 1000 여명을 합격생으로 배출한 이후 계속적으로 이슈화되었던 문제였다. 요즘 회계법인 중 BIG FIRM은 학교성적과 토익성적, 나이와 면접으로 그 일원을 채용한다. 예전의 스카우트는 요새 볼 수 없는 하나의 전설로만 여겨질 것이다. 나는 추석 때의 성묘로 조상님의 가호(?) 때문인지 아니면 운수대통 덕분인지 모르지만 운 좋게도 BIG FIRM에 입사하게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것 같다. 백도에서의 그 기나긴 날을 정말 잊을 수가 없다. 공부 시작한 때에는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그냥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아무런 정보 없이 수업만 열심히 들었었다. 중급회계와 원가, 관리, 세무회계를 모두 들으면서 내 나름대로 그 과목을 마스터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건 시험에 있어서는 지름길이 될 수는 없었다. 지식에 있어서는 기본기가 있을 지 몰라도, 응용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지만 사시나 행시 등을 공부할 때에도 어느 정도의 시험공부 요령을 알면서 시작하여야 좀더 효율적이면서도 합격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혼자서 제대로 공부를 한다면야 시험공부 요령을 몰라도 충분하겠지만, 그러한 사람은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닐까.

♠ 첫 도전에서의 아쉬운 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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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시험에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나는 2000년도 시험에 정말이지 너무 아쉽게 낙방했다. 그래서 인지 다음해 공부 때에는 더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어느 정도의 자만심에 빠져있었고, 시험 볼 때에는 올해도 작년 같은 결과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력이 너무 없었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2002년 시험 때 겨우 일차관문을 통과하였다. 물론 1차 시험 준비기간 중에 놀기도 무지 많이 놀았다. 책상에 항상 책이 펼쳐져 있어서 인지 집에 돌아갈 때에는 공부를 꾸준히 했던 것 같은 자기최면 상태에 있었고, 그 때의 심각성을 모르고 정말 속없이, 대책 없이 놀았던 것 같다. 이때에 몰아서 열심히 했었다면, 이렇게 늦게 합격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가끔씩은 들 곤한다.
1차 시험과는 달리 2차 시험은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작년에 1차 시험을 합격했었지만, 우리나라를 4강에 올려놓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느라 동차의 그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잘못된 일인지 오히려 잘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차피 인생은 새옹
지마라는 사자성어를 항상 기억하며 2003년 시험을 준비한 결과 합격이라는 행복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차시험을 공부할 때에는 정말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였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에 작년 십이월 말에 서울로 바로 상경하였다. 평소에 친구들이나 후배들하고 게임방과 술집을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나는 주변정리를 하지 않으면 영원한 낙오자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서울로 상경하여 작년에 합격한 친구의 도움으로 고시원과 독서실을 구하여 자리잡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아침 7시 기상, 새벽1시 취침. 토요일은 오전공부. 일요일은 전체휴식
이것이 내가 세운 계획이었다. 7월 3일 시험보기 전날까지 이 계획은 꾸준히 이루어졌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광주에 내려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이 모든 게 지켜
졌었다.

♠ 투혼을 바쳐 최선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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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역시 사람은 절박해야만 자신을 걱정한다고 하였던가? 올해에 또 떨어지면 나에게는 미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어실력이 좋지 않아서 요즘 세상의 취직도 어려울 거고 나이가 차서 내년에 합격해도 회계법인의 BIG FIRM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내가 난생 처음으로 공부다운 공부, 제대로 된 공부를 해 본 것 같다. 이런 맘으로 공부해서인지 시험을 본 다음에도 시험결과가 어떻든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았다(비록 합격자 발표일은 많이 떨었어도…) 이 때 정말 원 없이 공부를 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인지, 시험이 끝나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어떤 이는 고시 등의 시험은 운 7, 기 3 이라고들 한다. 이 뜻은 쉽게 말해서 운이 70%를 차지하고 실력은 30%면 충분하다는 것인데, 내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주위에도 실력도 정말 좋고, 노력도 많이 하시는 성실한 분들이 몇 분계시지만, 나는 과감히 운 1, 기 9라고 말하고 싶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에게는 운이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찍어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이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공부한게 많이 나오면 합격하고, 그렇지 않으면 운이 나쁜 것이고.. 하지만 나에게 이 말은 단순히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로만 들린다. 너무 조잡한 부분을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두루두루 열심히 하면 운을 탓하지 않으리라는 게 나의 주장이다. 물론 시험 볼 때의 컨디션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수능시험, 학교 시험, 기타 여러 시험을 보아온 우리들에게는 컨디션 조절은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옛 사람의 말은 정말이지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게 있다. 나도 물론 이 말을 소개해 주고 싶다. 다른 시험은 안 그렇더라도 회계사 시험은 눈으로 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하는 시험이다. 문장을 논리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산문제가 많은 회계사 시험에서는 정말이지 손으로 풀어보지 않으면, 시험에 임했을 때 한 문제도 풀 수가 없다. 이런 말을 하면 정말 내 머리가 바보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이번 이차시험 공부할 때, 과목당 평균 10회독 이상은 한 것 같다. 오랫동안 공부해온 재무회계와 세무회계는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회계감사 재무관리, 원가회계는 그 정도 공부했던 것 같다. 이렇게 공부했는데 수석합격 근처에도 가지 못해서 나 자신도 창피하기는 하지만, 여러 회독을 하다 보니 시험 볼 때에는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았고, 시험보기 며칠 전 유출된 문제나 족보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시험문제도 전에 공부했던 것과 조금씩 겹쳐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과목은 암기가 필수인 것 같다. 물론 단순암기가 필수라는 것은 아니라, 이해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진 다음의 암기가 필수라는 것으로, 몸에 벤다는 표현을 해야 더욱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이해력을 중요시한다는 산수/수학을 위해 구구단을 외웠다. 계산을 위해 이해하였다고는 하지만 구구단을 외웠고, 또한 수학을 풀기 위한 공식을 몸에 베이게 하여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시험의 합격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그룹스터디였다. 서울에서 서로 모르는 다섯 사람이 모여서 스터디를 하였다. 과목별, 진도별로 차근차근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스터디를 하였다. 그동안 항상 나는 잘한다는 자만감에 빠져있던 나는 그 스터디를 통해서 그동안 내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는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몇 년 동안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했었는데 이 정도일까라는 생각이 항상 들었었다. 정말 책상에 앉아있고, 책 한 권을 다 본다고 해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다 라는 걸 느꼈다.
다른 사람과 서로 이야기 해보고, 토론 해보면서 자신의 무지를 체크한다는 게 이렇게 도움이 된다는 걸 그제 서야 알게 되었다.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다. 모르는 걸 감추는 게 창피하다라는 생활신조를 갖게 된 계기가 바로 그 스터디 였다. 모르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하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회계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피드백을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리고 공부를 할 때에 한꺼번에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고시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독에 물이 차게 하려면 한꺼번에 많이 물어 부어야 어느 정도의 시간은 물이 차 있다고들 말한다. 정말 이렇게 정확한 표현이 없을 정도로 딱 들어맞는 말이다. 조금 씩 조금 씩 공부하다가는 머리가 세어도 끝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머리가 좋아서 조금씩만 해도 안 잊어먹고 잘 유지된다면 상관은 없을 것이다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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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너무 건방진 말만 한 것 같아 얼굴이 후끈후끈 하지만, 공부하는 분들에게 전부터 해주고 싶었던 말을 조금이나마 정리해서 올린 것 같아 다소나마 마음이 가볍다. 늦게 되었지만 이젠 공인회계사가 되었다. 나 하나만 잘해서 어떻게 하겠냐 라는 생각보다는, 나부터라도 제대로 된 공인회계사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는 공인회계사가 되고싶다. 우리나라의 기업이 모두 투명화가 된다면 아마 계속 일어서 있는 기업은 몇 개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전의 독재시절, 아니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정경유착과 비리를 줄여 없애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 걸러지지 않은 자연의 빛이 들어오게끔,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데 전문가로서 일조를 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뛸 것이다.
지금은 회계법인에 입사하여 그동안 회계감사 책에서만 읽었었던, 그리고 그 많은 강사 분들에게서 들었었던, 중간감사를 마치고 이제는 기말감사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첫 시즌을 정말 뿌듯하고, 감사가 이러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매일매일 배우는 자세로 지내며 보냈다. 예전 공부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어찌나 아찔한지. 정말이지 제대하고 다시 복귀하는 꿈을 꾸는 그러한 상황이 연상될 정도로..
이제 일차시험이 끝나고 이차시험이 점점 앞으로 다가오는 시기이다. 이번에 마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해서 꼭 바라는 꿈을 이루시길 바란다.
끝으로, 서울에서 같이 공부하였지만 올해 합격하지 못한 선배, 친구, 후배들이 너무 아쉽지만, 내년에는 꼭 합격하길 기원하며, 이제 새로 시작
하는 분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을 갖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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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택스 매거진에 게재된 글 입니다 택스 매거진는 매월 발행되는 정기 간행물 입니다 "새로운 세무·자세한 회계"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30주년간 경리인들과 함께 해온 최고의 경리인 실무 길잡이 입니다 매월 1회 발행, 4X6배판, 매월180쪽 월 15,000원, 연1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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