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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을 극복하고 찾은 전문가의 길.../공인회계사

저자: 김승운 | 당월호가기:315 | 날짜:2003-05-01 | 조회수:4233

♠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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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수험생활에 지쳐 세 번째 2차 시험을 포기하고 거의 매일 비디오방과 오락실에서 반나절을 보낸 제가 작년에 수험생활의 종지부를 찍을 거란 것을........ 어떤 후배는 합격자 명단의 제 이름을 보고 오타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
고시반 한 구석에서 고시잡지의 수기를 보던 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제가 보는 책들과 합격자들이 본 책을 비교해가며 같은 책을 본 사람의 수기를 읽을 때면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산 얘기들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곤 했었기에 이런 글을 쓰는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있구나', '재수 좋은 놈이네' 나도 합격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군 하며 머리를 식히고 시험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제 수험생활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 첫 번째 1차 합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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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의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제대직후인 96년 가을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합격을 하고도 취업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도 아니었고 붙고 나면 누구든 회계법인으로 가는 취업이 보장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일반 취업준비의 길보다는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감수하면서 수험생이 되었다. 주위에서 준비하는 사람이 적었기에 수험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줄 사람도 없는 상황은 공부에 대한 제 욕구를 줄게 만들었고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이런 내가 정신을 차리는 일이 일어났다.

평소에 경쟁심이 별로 없었다고 믿고 있었는데 나보다 반년을 늦게 시작한 친구가 나보다 98년 1차 성적이 좋은 것을 알게 되고 그간의 여유로운 생활을 접게 되었다. 공부시간을 확보하려고 전 식사시간을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으로 옮겼고 잠도 도서관에서 자기 시작했다.

하지만 99년의 1차에서 영어가 어렵게 출제되어 영어과락이 제 앞길을 막고 말았다. 회계사 시험이 영어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탓하기엔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시험제도에 대한 불만을 접어둔 채 여름방학과 함께 다시금 1차 준비에 들어갔다. 오랜 1차 준비로 어느 정도 회독수가 쌓여 있는 상태여서 영어에 중점을 두고 준비를 해 2000년 1차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 두 번의 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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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적인 식생활과 학교에서의 잠자리로 피곤이 누적되었는데 게다가 차사고 마저 나게 되어서 첫 2차 시험은 시험장 위치 확인하는 수준으로 끝내야 했고 전 유예생이 되었다.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시작하게 된 유예생활은 첫 출발부터 적신호였다.

족구를 하다가 그만 허리를 삐긋 하게 되어 한 달 동안 전 누워 있어야 했다. 누워 있는 동안 생긴 공부에 대한 욕심은 허리가 괜찮아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고-사람은 참 간사한 것 같다- 제 첫사랑과의 재회는 공부를 뒷전으로 더 힘차게 밀어냈다. 게다가 선발인원의 급작스런 증가는 더욱 제게 안일한 생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2001년 1차 시험발표가 있은 뒤 제가 지끔 껏 해 놓은 것이 정말이지 미미하다는 생각으로 불안감에 휩싸였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 서울 고시원으로 장소를 바꿔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차 준비생들이 별로 없는 학교와는 달리 고시원의 수많은 2차생들은 제가 듣도 보도 못한 이론들과 문제들을 풀고 있었다. 점점 가중되는 불안감. 제 자신에 대한 불만과 후회를 하기에는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결과는 불합격....

♠ 3차생이 되고 합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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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불합격 사실은 부모님께 한없는 죄송함을 갖게 했다. 졸업도 했고 제 밥벌이를 해야할 나이인지라 수험생활의 계속여부를 고민했지만 쉽사리 포기하기가 힘들었다(고시는 맹중독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먼지 쌓인 1차 책들을 다시금 꺼내 들었다. 책을 보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시험에 대한 중압감은 더욱 심해졌고 몸도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1차 시험을 간신히 통과하고 난 뒤 이번에 끝내야 한다는 욕심에 3월 한 달을 보내고 나는 녹다운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쉬고 싶다-계속되는 어리석음-는 생각이 다시 또 절 유혹했고 전 비디오방과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드라이브로 한량의 생활을 계속했다. 세 번째 2차 시험을 한달 남 짓 남겨두고 이런 느슨한 생활에 돌을 던진 사람이 있었다. 이제 곧 집사람이 될 제 첫사랑이 제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제게 채찍질을 하기 시작했고 일년을 더 할망정 남은 기간이라도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전과목을 일회독하는 시간을 갖고 시험에 임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이게 뭔 수기야 하는 맘도 들 것 같다. 공부하는 얘기는 없고 매번 후회하고 정신차리고 결국에 재수 좋게 붙었다는 얘기군 하면서...
결국 제 수험생활은 어떤 회계사란 직업에 대한 그리 많은 생각들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수험생활에 익숙했었고 운 좋게 끝난 사람에 불과합니다.

제가 과목별로 어떻게 공부했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들 공부방식이 틀리고 생활습관도 틀린데 올바른 학습방법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나의 짧지 않은 수험기간동안 느낀 것들을 적어보면 이렇다

1. 모든 걸 알 필요는 없다.
전 합격할 때까지 이해할 수 없는 산식들이 꽤 많았다. 사실 알고 싶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겠군요. 제가 벅차하는 개념들과 공식들까지 제 머릿속에 저장하기에는 역부족인데 그런 것들까지 알려고 하다가는 스트레스로 수험생활을 접고 말 테니까.... 언젠가 1 차는 ' 미 ' 2 차는 ' 양 ' 이면 붙는 시험이란 말을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2. 공부시간에 구애받지 말자.
전 책상에 몇 시간 동안 계속 앉아 있지 못했다. 50정도 공부 후 20정도 휴식을 취하며 생활했습니다. 처음엔 주위 사람들의 무거운 엉덩이를 부러워했었지만 하루에 공부시간이 10시간이건 5시간이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하루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건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그 많은 시간 동안 공부한 걸 얼마나 저장할 수 있을까? 물론 다 저장한다고 이야기하면 할 이야기는 없지만....

3. 책을 바꾸지 말다.
책을 아예 바꾸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사실 수험서적이라는 것이 자신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책을 너무 많이 봐서 더 이상 보고 싶은 맘이 생기지 않을 땐 책을 바꿔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저 또한 재무회계의 경우 수험가의 유명강사들과 교수님들의 책을 많이 샀다.

이 책은 이 파트가 좋고 다른 책은 저 파트가 좋고 많은 책들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비교해가며 보낸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런 것들이 제 수험생활을 늘린 가장 큰 이유라 생각을 한다. 물론 제 공부방법에 잘못이 있었겠지만 수험서의 선택으로 고민했던 과목들은 1 , 2차 모두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4. 시행착오는 없을 수 없다.
누구나 어떻게 하면 수험생활을 빨리 끝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할까? 내가 하는 방법이 맞는 걸까? 저 또한 먼저 준비한 사람, 먼저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했었습니다.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해서.... 하지만 시행착오가 없을 순 없다. 지금까지 자신의 생활습관들과 공부방법론을 바꾸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터디를 통한 학습효과의 증진 과 서브노트 작성의 필요성을 말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런 말을 접한 저도 서브를 작성해 보고 스터디를 할려고 했지만 이건 제 방법이 아니었다. 자기에 맞지 않는 방법이라면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그렇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5. 모든 과목에서 암기는 필요하다.
내가 주위사람들로부터 암기 왕이란 말을 들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막무가내식의 암기는 시험에 있어서 위험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단지 이해만으로는 시험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짧은 시간동안 모든 문제를 다 푼다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고 모든 문제를 다 풀 정도의 실력을 가질 필요 또한 없습니다. 어차피 합격이냐 불합격이냐가 중요한 것이지 자신이 몇 점을 맞고 붙었냐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기가 최선이겠죠.

6. 컨디션 조절 실패하면 말짱 도루묵
잠도 줄여가며 놀 것도 못 놀아가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이 종종 시험 당일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일년 동안의 자신의 노력이 단 하루 또는 이틀 동안에 결정되므로 그 날 자신의 모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스케줄을 맞춰야 한다. 수험가는 결과로 말하는 것 다들 아시죠?

7. 계획적인 생활습관
계획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한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항상 한 달 단위의 계획표를 작성하고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면서 수험생활을 보냈다. 지나친 계획은 오히려 학습욕구를 저하시키므로 주의하시고... 뇌의 망각곡선을 감안해서 잘 짜면 암기에 많은 도움이 되는 듯 하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여러분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그냥 무시하고, 만약 동감한다면 자신도 합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길 바란다.

짧지 않은 수험생활 동안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했다. 언제나 자식을 믿고 밀어주신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수험생활의 대부분을 같이 해준 재복, 치연, 윤구, 홍현, 용수, 창욱, 종철, 동헌...에게 감사하고 내게 항상 힘을 주며 날 합격으로 이끈 예비신부 은주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두서없는 글을 접겠다

●수험서적 - 2002년에 본 책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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