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현 회계학 박사 중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우리나라는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경영환경의 선진화와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법률적인 다양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하여 내부적으로는 사외이사제도와 감사위원회제도를 도입하였고 외부적으로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견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증권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예로서 평가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이 적용되는 기업을 망라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되었다. 최근에는 국제회계기준을 2011년부터 상장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전면적으로 채택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이상과 같은 제도적․법률적 제도가 효과적으로 정착이 된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환경의 선진화와 투명화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를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상과 같은 선진 제도와 법률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와 회계투명성은 크게 향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자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하여 도입된 사외이사제도에 따라 선임된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에 대한 심의 및 견제기능을 판단해 볼 수 있는 최근의 통계자료는 이들 사외이사들이 견제기능을 상실한 이사회의 거수기로 전락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외감법대상기업을 모두 망라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경우 자산총액 70억 정도의 중소기업들이 효과적인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현실이 이러할 진데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환경의 선진화와 투명화의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망하다.
이상과 같은 상황 하에서 국내 기업들의 재무보고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상향시켜 회계투명성을 제고할 것을 목적으로 금융감독위원회는 2007년 12월 동년 3월에 발표한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로드맵에 따라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을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2011년부터 모든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조기 도입을 희망하는 상장사는 2009년부터 적용된다. K-IFRS는 ‘원칙 중심(Principles-Based)’을 토대로 하는 회계기준으로 경제적 실질과 목적적합성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어 현행 국내 회계기준의 토대인 ‘규정 중심(Rule-Based)’의 회계기준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K-IFRS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주(主)재무제표가 개별제무제표에서 연결재무제표로 바뀌고, 자산·부채의 평가방식도 취득 장부가 외에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마디로 기업들의 재무상태와 영업성과를 나타내는 기초언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회계기준의 변경은 단순한 회계기준의 변경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및 투자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돼 결국 기업의 조직, 경영정책, 프로세스, 전산시스템 등 기업의 경영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K-IFRS의 도입에 따른 준비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대형 시중은행과 일부 대기업은 2007년 하반기 중에 IFRS 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다른 많은 대기업은 2008년 상반기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1년부터 K-IFRS를 도입하여야 할 대다수의 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K-IFRS에 따른 전산시스템의 구축과 운용인력 및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할 회계인력의 충원 및 교육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함에 따라 회계투명성 제고의 걸림돌 중 하나가 제거됐다”며 “해외에 상장하려는 국내 기업이나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회계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의 언급과 같이 국제회계기준의 수용을 통하여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정보 글로벌화를 제고하여 회계신뢰성과 비교가능성을 높이고 자본시장의 국제화 및 다국적기업의 해외사업과 관련한 재무제표의 작성, 투자기회의 평가, 성과측정 및 분석, 경영통제정보의 제고, 국제간 기업합병 등에서 비용절감 효과 등을 제고할 수 있으나, 사외이사제도의 도입과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용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K-IFRS 도입도 철저한 준비를 통하여 효과적 시스템으로 안착시키지 못한다면 관계당국과 기업의 내외 이해당사자들이 추구하는 재무보고의 글로벌화 및 선진화는 희망하는 바와 다른 궤적을 그려 나갈 수도 있음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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