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중앙대학교 상경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미국은 자본시장 역사상 최악의 회계부정 사태라 평가받는 엔론(Enron)사건 이후 강력한 회계개혁제도인 Sabanes-Oxley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상당한 인력과 비용지출을 감당해야 했다. 회계제도 관련 기관과 단체 및 회계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무지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였고,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법률 준수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엄격한 회계제도를 준수하기 위해 사용한 막대한 비용과 인력투입으로 인해 도리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의 본질은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인데,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이는 결코 건전한 회계제도로 정착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Sabanes-Oxley법에 기초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하여 회계정보의 산출과 정보공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지난 1월 상공회의소가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적용되는 중소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의 회계관련비용은 평균 24.9% 증가했으며, 중소기업의 45%, 비상장기업의 62%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의무 이행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관리 인력의 수급에 따른 인건비 증가도 상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제도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기대차이 그리고 관련기관의 지원부족도 문제라 한다. 일부경영자는 ERP를 도입하면 내부관리회계제도를 준수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정보화를 추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Sabanes-Oxley법이나 우리나라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시행초기 상당한 시련을 겪고 있다.
올해부터 중소기업과 비상장 기업들도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이들 비상장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하여도 상장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회계관련 비용이 증가하고 관리 인력난을 겪고 있음은 상공회의소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회계투명성확보는 기업차원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기업 경쟁력이 높아져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게 되며, 정부는 투명한 세원확보 및 공평과세를 통하여 건전한 재정정책을 펼칠 수 있다. 따라서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하여 정부가 적극적이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회계제도 개혁으로 인하여 기업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인력난을 겪고 있다면 정부의 지원정책 또한 인력난 해소와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켜주는데 핵심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을 위하여 많은 비용부담을 안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환경에 맞는 다양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마련하여 중소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방법일 것이다. 또한 관련인력채용에 필요한 자금을 일부 지원하는 정책도 고려해 볼만 하다. 회계제도 관련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부차원에서 기존 회계인력들에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실무차원의 실천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통한 투명하고 효율적인 업무처리와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재무보고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기업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성장 기틀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도입 초기의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조로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선진화와 더불어 내용적인 선진화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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