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향 림 <제42회 세무사 시험 합격>
<필 자 소 개>
이대 사회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 주립대 대학원 수학
DFS Consulting 근무(전)
삼송세무법인 수습
학림 세무회계사무소 개업
TEL. (02) 565-2556
♠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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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가슴 터질 듯한 감격으로 맞은 합격소식. 50세 전업주부로서 살아온 지난 30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찾아 세무사에 도전했고 이제 익숙지는 않지만 "내" 사무실에서 이 글을 쓴다.
지금까지 나의 삶은 내 나이 세대가 그랬듯이 대학 졸업 후 결혼하여 주부로 지내는 등 대체로 평범했다. 다만 남편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바람에 나도 미국 대학원(교육학)에 진학하여 1년 정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와 나이 서른 다섯에 외국 회사에 취업한 적이 있는데, 그 나이에 경력 없이 취업이 가능했던 것은 영어가 통하고 당시에는 거의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문 지식이 있다면 나이 들어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갖게 한 경험이었다.
미국 본사가 한국 사무실을 철수시키면서 나는 2년여 만에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취미 삼아 보던 부기 책에 재미가 붙어 6개월 정도 공부하고 부기 2급을 합격하고 보니 공부를 해서 세무사나 회계사가 되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자격증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식은 내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회계학 책을 사서 혼자 공부하다 잘 모르겠어 학원에 다녔다. 처음 세법 강의를 들었을 때는 영어로 하는 강의보다 더 알아듣기 어려웠던 것 같았다. 예습 복습도 안하고 몇 달 후에 다시 그 책을 보면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하곤 했다. 그 생소함이란 마치 내가 했던 전공의 거리만큼은 됐던 것 같다. 생활에 도움은 별로 안 되고 힘들기만 했다. 아이들과 가정에 충실해야지…
♠내 인생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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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대학에 진학할 때가 되자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세무사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느꼈다. 쉽지 않은 시험이라 자신은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보고 안 돼도 아쉬움은 없으리라.
인터넷으로 정보도 얻고 강의도 보고 공부는 청소년 독서실에서 했다. 처음에는 3시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그제서야 전에 집에서 가사일을 하며 짬짬이 하던 공부라는 것이 독서실에서 집중해 하는 것에 비하면 공부라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몇 달 지나면서 점차 시간을 늘려갔고, 집중도도 높아졌다. 해야 할 것은 많았고 마음도 급했지만 저녁 준비도 해야 했고 체력적으로도 달려서 저녁에는 계속 공부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에는 산에 가고, 시장 보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다림질하고, 밥해 먹고 정말 바쁘기도 했다.
♠ 어른거리는 OMR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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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해 1차 시험 결과 2문제를 더 못 맞춰 떨어졌다. 다시 공부로 돌아왔지만 갈수록 힘이 들었고, 나이 들어 되지도 않을 것에 헛고생만 하는 것 아닌가 또는 내년에 떨어지면 집어 치워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1차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1차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까운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일 주일에 서너 번은 걸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으나 운동 후에는 집중이 잘되어 공부에 훨씬 도움이 되었다. 집안일 할 때는 가능하면 테이프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상법은 테이프를 여러 번 들은 것이 고득점 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다음해 다시 보는 1차 시험에서 너무 긴장한 때문인지 2교시 중간에 답안지가 어른거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을 다지고 다지면서 답안지에 집중했다. 안광이 지배를 철한다고 했던가? 답안지를 맞춰보고 안정선 안으로 들어오니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 물리치료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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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정도 쉬고 학원을 알아봤다. 3달 동안 최선을 다해 동차에 도전해 보자! 회계학 1.2부는 모의고사를 보며 정리하고 세법학은 기본강의를 듣기로 했다. 회계학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모의고사로 정리 가능했지만 세무회계는 겨우 각론을 한번 볼 정도였고 종합문제는 손도 대지 못했다. 세법학 1부는 1차 발표 전에 전년도 강의 테이프를 듣고, 2부는 동차생을 대상으로 상증세와 2부를 먼저 강의하는 기본강의를 들었다.
매주 일요일에 하는 모의고사 반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계속됐다. 큰 강의실 안에 거의 빈 자리 없이 빽빽한 수험생들 속에서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도 모르는 세무회계 모의고사를 볼 때는 숨이 탁탁막히는 것 같았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운동도 거의 하지 못했다. 강의 마지막 날 갑자기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다리를 절룩이며 강의실을 나올 수 없었다. 관절염이 오는 나이에 세무사 공부라니. 시험도 못 보고 골병만 든 것 아닌가? 시험 3일 전까지 3주 동안 매일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해야 했지만 다행히 2차 시험은 볼 수 있었다. 시험을 마치자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여행도 다녀오고 1달 정도는 푹 쉬었다. 9월이 되어 다시 세무회계 책을 보았다. 합격자 발표 날 혹시나 내 이름이 없을까 했더니 역시나 였다. 하지만 과락도 없고 간발의 차로 떨어진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제 선택은 명확해졌다. 눈앞까지 다가온 기회를 여기서 버릴 수는 없었다.
♠ 고지가 바로 저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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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까지 회계학과 세무회계는 혼자서 공부하고 세법학은 학원에서 기본강의를 듣고, 새해에는 학원 모의고사 진도에 맞춰서 몇 번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하였다. 3월이 되어 전 과목 모의고사 반에 등록한 후로는 매번 모의고사 범위를 정리하기에 벅찼다. 그렇게라도 따라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나이 어린 학생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해야 할 형편에 가사 일도 해야지, 몸은 말을 안 듣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조특법 등은 잘 외워지지도 않지만 외워도 그때뿐이었다. 기억 안 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 보고 잊고 또 보고 또 잊고 또 봤다. 시험이 가까워 질수록 심신으로 힘들었지만 이를 악물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6월이 되자 입술 주위가 부르트고 터져서 잘 낫지도 않아 학원 다니기도 민망했다. 그러자 가족들이 나서서 집안일을 도왔다. 그리고 전년처럼 아프지 않기 위해서 거의 매일 30분씩 걸었다. 걸으면서 나는 꼭 합격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결의를 굳혔다.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합격할 것이라고.
♠ 盡人事 待天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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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날 무척 긴장 되었다. 시험장에 가니 내 자리가 창가였다. 찌는 날씨에 창에 커튼도 없어 햇볕이 들어왔다. 회계학 1부는 학원에서 여러 번 한 것이 나와 반가웠지만 천천히 풀다가 시간이 모자라 당황하기 시작했고 혹시 과락 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 오후에는 창가 줄에 나만 남아 시험 보는데 몽롱하기도 했다. 세법학 1부의 마지막 문제는 특강 때 배운 것인데도 증여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고 2부에서도 모의고사 때 빠뜨렸던 것을 또 빼고 썼다. 시험을 끝내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간 것 같아 걸어 내려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시험을 잘 못 봤다는 것보다 같은 실수를 한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저녁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초조함보다 나의 노력이 모자라지 않았기를 기도했다.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에 대한 응답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나의 수험 생활은 끝이 났다.
♠ 공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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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시험은 배를 타고 빠르게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시험에 집중하여 전력투구 해야 빨리 끝낼 수 있다. 공부 방법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합격한 많은 사람의 공통점은 독한 마음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그야말로 목숨 걸고 했다는 것이다. 돌아보건대 나는 공부가 잘 안 될 때 환경에서 핑계를 찾았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공부를 하면서 과연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스터디는 못해 봤지만 다른 수험생들과 교류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 있는 분들은 운동도 한 과목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1차 시험 본 후 다른 생각 않고 무조건 2차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동차도 가능하고 다음 해의 공부에도 도움된다. 마지막으로 시험 날 도중에 포기하고 가지 말고, 2차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절대 빈칸으로 남기지 말기 바란다.
(1) 1차
기본 서를 단권화하여 여러 번 반복해 보았다. 처음 공부하는 분들은 학원 강의를 듣는 것이 이해를 도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회계학이나 세법을 처음부터 전부 알려고 하기보다는 여러 번 반복하면 처음에 몰랐던 부분도 나중에 알게 된다. 회계학이나 세법에서 고득점은 어려우므로 전략과목이 필요하다. 상법은 기본 강의를 꼼꼼히 한번 듣고 다른 일 하면서도 테이프로 여러 번 들었다. 영어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해야 할 과목이라 생각한다. 객관식 시험이므로 자주 출제 되는 부분과 유형에 대한 준비와 시간 안배 연습이 필요하다.
교재: 임상엽 세법개론. 이철재 객관식 세법. 이효익 회계원리. 객관식 회계학. 송상엽 중급회계. 김영주 원가회계. 오수철 상법. 정병열 재정학. 영어 토플.
(2) 2차
단권화로 다독은 1차 시험과 마찬가지이나 2차는 답안 작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학원의 기본강의와 진도 별 모의고사에 맞추어 공부했다. 회계학 1부에서 원가 공부는 소홀히 하기 쉬운데 원가에서 점수를 얻어야 한다. 회계학 2부는 답안 작성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따라 시간을 단축하고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정형화된 방식에 의해 순서에 따라 답안 작성을 해 가면서 푸는 방법을 권한다. 세법학 1부는 동차 준비 시에는 기본강의에 세법개론을 참고하는 사람도 보았다. 처음에 쓰는 것이 어려우면 책의 목차나 소제목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법조문과 용어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법학 2부에서는 지방세나 특소세를 집중적으로 많이 했다
교재: 박호근 이배식 회계학1부. 임세진 원가. 최태규. 강경태 세무회계. 정정운 세법학
♠ 끝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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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통해 나이가 얼마인가 또는 전에 무엇을 했던 가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 하면 이룰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과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다면 바로 그것이 실패라는 것을 배웠다. 합격 후 1년 동안 내 생활은 많이 달라졌지만 마음은 처음 회계학 책을 샀던 때와 같다. 하나의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다시 다음 봉우리가 보이듯이.
글을 써본 지도 참 오래 됐다. 볼품없는 글이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빈다.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서운해 하시는 어머니(김명순씨)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고, 요새도 집안 일을 도와주는 큰 아들 준혁과 군대에 가서도 엄마의 영업을 걱정하는 작은 아들 민중, 그리고 항상 나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남편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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