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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동경심을 현실로 실현시키고/공인회계사

저자: 김유미 | 당월호가기:347 | 날짜:2006-01-02 | 조회수:4222

김 유 미
<제40회 공인회계사 시험합격>

<필 자 소 개>
제40회 공인회계사 시험합격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재학(현)
삼일회계법인 파트타임 근무(현)
TEL. 011-494-9074

♠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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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말은 "합격수기를 써주셨으면 합니다."였다. 난 순간 당황했다. 나는 모범적인 수험생활을 보내지도 못했고, 글재주도 없어서 망설였다. 높은 점수로 합격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CPA 수험생들 중 단, 한 명에게 만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부끄러운 합격수기지만 써보려고 한다.

♠ 나의 수험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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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회계"라는 것을 접한 건 대학에 들어와서였다. 막연한 동경심에 들어온 경영학과는 내게 행운이었다. 경영학은 나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회계원리󰡑는 대학 첫 학기에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던 과목이었고, 점수도 가장 잘 받은 과목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학에 와서 새내기 시절만큼은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바쁘게 보내다 보니 일 학년이 끝났다. 그리고 차츰, 대학생활에 적응해 가는 2학년 1학기 때 󰡐관리회계󰡑란 과목으로 다시 회계를 접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회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이때부터였다. 인터넷과 주변 선배들에게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CPA란 시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2학년 여름방학, 나는 드디어 이 시험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가 2003년이었다. 나는 목표를 2005년 동차로 잡았다. 조금 무리이긴 하지만, 내 자신을 믿고 1년 10개월만에 합격하겠다는 꿈으로 그 해 가을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난 험난한 수험생활에 겁 없이 뛰어들었다.

△ 2003년 2학기
나는 2학년 2학기를 맞이하여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전공과목들을 수강신청하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가지만 지키기로 했다. 학교와 학원의 수업에 충실하기, 학원 수업의 예습복습은 제때, 제때 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는 달은 학원을 쉬었다. 하지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CPA시험 준비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학교수업과 학교시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 2004년초 겨울방학과 1학기
2학년 겨울 방학 때는 친구와 매일 아침 9시까지 학교 도서관에 오기로 했다. 늦은 사람이 그 날 점심을 사기로 약속을 하고, 거의 매일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리고 저녁때는 학원을 다녔다. 이때가 내 수험생활 기간 중 가장 규칙적으로 생활했고, 가장 도움이 많이 된 시기였던 것 같다.
나는 정말 친구들과의 모임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한마디로 수험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기엔 정말 적절하지 못한 성격이다. 하지만 나는 2004년 1학기까지는 다니고 싶었다. 내가 방과 후 친구들과 쉽사리 헤어지지 못할 나를 잘 알기에 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와 거의 모든 시간표를 CPA수험과목으로 짜고, 교양과목은 과제도 적고, 시험공부 량도 적은 과목을 선택했다. 그리고 오전에 모든 수업을 넣고 4시간 공개강의 후 오후 4시 수업을 하나 넣었다. 공개강의시간에라도 공부하려는 속셈이었다. 공개강의시간에 공부하자는 목표가 매일 지켜진 건 아니었지만 , 위에서 말했던 학교와 학원의 수업에 충실하기, 학원 수업의 예습복습은 제때, 제때 하기, 이 두 가지는 꼭 지켰다.

△ 2004년 여름방학과 2학기
오전과 오후에는 학교에서 자습을 하고, 저녁에는 학원을 다녔다. 학교 도서관에서 적어도 밥 먹는 시간 빼고, 화장실가고 커피 마시는 시간까지도 빼고, 하루에 딱 8시간만 집중해서 앉아있자는 결의로 공부를 했다. 난 고시생이기도 했지만, 20대 초반의 여대생이기도 했다. 그래서 주말저녁엔 친구들과 만나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고, 피서를 가기도했다. 며칠을 빼고는 하루 8시간 공부하기는 꼭 지켰다.
좀더 공부에 열중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했다. 그리고 종합반을 다녔다.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학원에 남아 예습복습을 했다. 그리고 저녁때는 친구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맥주한잔을 하거나, 동영상강의를 들었다. 1차의 모든 과목을 적어도 1회독 이상 하게 된 건 11월쯤이었다.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남들은 몇 회독씩 한다는데 내가 공부한 양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불안해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때부터 동네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 고시반을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집과 학교가 한 시간 거리인데다가, 차림새에 신경 쓰는 것이 싫어서 혼자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객관식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재무회계정도만 객관식 강의를 듣고, 다른 과목은 혼자 풀어봤다. 영어는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기출문제 모음집에서 하루에 두세 개의 지문정도만 풀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주최하는 모의고사는 될 수 있는 한 많이 보았다. 시간이 부족한 나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그 해 겨울은 추운지, 눈 오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나갔던 것 같다.

△ 1차 시험 당일
아침잠이 많아서 어머니께서 깨워주지 안으면 절대 못 일어나는 나도 눈이 번쩍 떠졌다.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과 요약노트 몇 권을 들고 수험장으로 향했다. 의외로 덤덤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친구에게 잘 보라는 문자를 받았다. 핸드폰을 열어, 전날 친구들이, 선후배들이 보내줬던 문자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지인들의 응원문자가 내 맘을 한결 편안하게 해주었다. 수험장에는 역시 긴장의 기운이 감돌았다. 시험보기 전, 아는 문제는 열심히 풀자, 모르는 문제에는 빨리빨리 넘어가자, 침착 하자, 계속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모든 시험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고, 집으로 돌아와 책점을 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점수……. 바로 다음날 학교에 가서 2005년 1학기 휴학신청서를 제출했다.

△ 2005년 1학기 휴학
2차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사실 발표 날까지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이땐, 한 달에 한두 번, 휴가 나온 친구들을 보는 것 이외에는 집, 독서실, 집, 독서실의 반복이었다. 오전에 동영상강의를 듣고, 오후에 독서실 갔다가, 공부하기 싫을 때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거나, 저녁시간이 안되었으면, 다시 동영상 강의를 보았다. 그리고 또 독서실, 졸리면 다시 집.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과 잠들기 전 부모님과의 수다가 유일한 해방구였다.

△ 2차 시험 당일
또, 시험이다. 1차 시험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난 공부 량도 정말 적었고, 딱한 번 봤단 모의고사점수는 정말 형편없었다. 또, 1차도 상법과 영어가 평균을 높여준 덕분에 합격한 처지라 불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역시 최선을 다하자는 맘으로 한 문제, 한 문제 풀어 나갔다. 시험이 끝나고 수험장을 나오면서도, 내 합격여부는 정말 희박해 보였다.

△ 2차 시험 후
붙었을까, 떨어졌을까하는 생각이 내 합격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 걸 알았다. 난 그래서 후회 없이 놀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005년 7,8월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쉬었다. 영어공부를 하라는 사람도, 운전면허를 따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냥 쉬고 싶었다. 나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합격발표는 예정일보다 하루 빨랐다. 합격자 발표가 났다는 친구의 연락에 단숨에 근처 PC방으로 달려갔다. 합격자 발표란에서 확인한 내 이름--. 난 바로 부모님께 전화했다. "아빠, 엄마, 나 합격했대--." 우리 부모님은 우리 딸, 수고했다는 말만 반복하셨다. 정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PC방에서 훌쩍되던 모습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밖에 나지 않지만, 그 감동은 여전하다.

♠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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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험생활은 분명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수험생 분들의 참고자료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컴퓨터용 사인펜을 들어 1번에 표시하느냐 2번에 표시하느냐에 따라, 합격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이, 또 합격여부에 따라 실제와 상관없이 그동안 열심히 했느냐 아니냐가 결정된다는 게 불안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나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게 외롭기까지 했다. 공부자체가 힘들기보다 불확실한 미래와 나를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이 더 힘들었다. 그래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슬럼프라고, 생각이 필요하다고, 그 날 공부를 접어두지 말고, 힘들더라도 조금씩이라도 계속하려는 의지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에 세웠던 1년 10개월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해준 것은 모두 주변사람들 덕분이었다. 대학가서 친구 사귀기 힘들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다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난 대학에서 진정한 친구들을 만났다. 군대에서, 혹은 어학연수 가서 편지로, 전화로, 마음속으로 응원해준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전적으로 나를 믿어준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지켜보던 부담스럽던 시선조차 나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신중히 생각하고 시작하되, 한번 시작했으면 목표를 향해 힘차게 뛰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CPA시험이란 게 그렇다. 조금씩 오랫동안 열심히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어떤 공부든 "양보다는 질"이다. 오래 꾸준히 하는 것보다, 한번에 스퍼트를 올려 열심히 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은 아무리 오랫동안 90도여도 소용없다. 한번이라도, 100도에 도달해야만 끓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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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택스 매거진에 게재된 글 입니다 택스 매거진는 매월 발행되는 정기 간행물 입니다 "새로운 세무·자세한 회계"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30주년간 경리인들과 함께 해온 최고의 경리인 실무 길잡이 입니다 매월 1회 발행, 4X6배판, 매월180쪽 월 15,000원, 연1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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