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艱難辛苦 끝에 얻은 영광.../공인회계사

저자: 고창섭 | 당월호가기:329 | 날짜:2004-07-01 | 조회수:4160

<필 자 소 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제38회)
김용철세무회계사무소 근무(현)
TEL. 019-338-1034

♠ 들어가며 - 즐거운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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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내가 학력고사 혹은 입사 시험에서 수석 합격을 하게 된다면 대중들에게 그 합격 소감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혼자 상상하곤 입이 절로 벙긋거렸던 적이 있다. 그 땐 시쳇말로 쿨하게 ''공부라는 게 별거 있나요'' 동기만 있으면 의지는 절로 따라오고 결과야 노력한 마큼의 대가니까 겸손해야죠.?라고 말 할 줄 알았다. 웬걸 오늘날 ''합격수기''를 써달라는원고 청탁 앞에 만감이 교차한다. ''수기''라는 말에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얻은 영광이란 뜻이 겹쳐 보이고 그 간의 일 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 수험준비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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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7년간 고락을 함께 한 직장(한솔파텍)을 그만두었다. 처음에야 전도유망한 청년이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주변의 칭찬과 격려에 으쓱해지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해도 썩 괜찮은 보수에 만족하며 의욕적인 회사 생활을 했다. 그러나 차츰 반복되는 업무에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타성에 젖기도 했다. 그러던 중 IMF로 회사 실적은 날로 떨어져 갔고 회사 분위기는 점점 더 건조해져 갔다. 밤샘 근무가 많아지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갔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99년 2월 과장 진급에 실패한 난 바로 3월에 사표를 던지고 제주도로 귀향했다. 그리고 7월부터 본격적인 수험준비에 들어갔다.
처음 과감히 사표를 던졌을 때 사람들은 내 결단력에 놀라기도 했지만 신중치 못한 결정이란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내 결정의 시간이 짧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나온다''는 말도 있듯 지지부진 끈다고 해서 현명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 있어선 때론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 나의 호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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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차 시험 준비는 고향인 제주의 탐라도서관에서 이루어 졌다. 아마 이 때가 내 수험 시절의 절정기가 아니었나 싶다. 회사에서 겪었던 스트레스는 다 사라지고 앞에는 바다, 뒤에는 한라산이 버티고 서 있는 전망 좋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달콤한 경험이었다. 더군다나 그 곳이 고향일 진데 그 푸근함과 넉넉함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이 땐 전공이 경영학이고 직장에서 매일 보고 듣고 하던 일이 결산, 법인세 신고, 원가 계산 등이어서 이미 이력이 난 이 일과 관련해 학원 강의를 듣는 건 내게 있어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해서 홀로 공부하기 방법을 택했다. 결과는 2000년 1차 시험에서 6점 차 낙방이었다. 시험 준비부터 1차 시험까진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실망도 크진 않았다.

그러나 내 홀로 공부하기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해 여름 제주대학교 CPA 준비반 특강을 들었다. 도서관에서 알고 지낸 분도 형님과 함께 유난히 더웠던 그 여름 강경보 회계사, 김영주 회계사의 열띤 강의를 들으며 합격의 기대감을 키워 가고 있었다.

♠ 희열과 좌절의 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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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차 시험에 난 당당히 합격했다. 주변의 축하 인사에 겸양을 떨었지만 내심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데 그 해 7월 둘 째 아들 아이의 생일날에 치룬 2차 시험에선 큰 점수 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내 자만심이 화를 부른 건 아닌가 자책도 했지만 한 번 남은 유예가 나를 또 다시 안도하게 했다.
이 번이 마지막이다란 심정으로 공부에 돌입한 난 2차 시험이 가까워 올 즘, 주변 분들로부터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초조함과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난 그 제안에 솔깃했고 2000년 2월 후배와 함께 고시촌으로 입성했다.

고시촌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스터디를 하면 굉장히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를 했으나 기대와 달리 스터디라는 건 없었다. 대신 후배와 둘이서 2차 시험 과목 문제를 찍어서 2시간 안에 푸는 연습을 거의 매일 반복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상당히 고통스러웠고 원론에 충실하기보단 문제를 외는 형태의 공부가 되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지양(止揚)해야 할 공부 방법이다.

또한 나처럼 결혼한 사람이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이미 챙겨주는 아내의 손길에 익숙한 난 가족이 그리웠다. 충고하건데 가급적 결혼한 사람이거나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가족과 가까이 지내면서 공부하길 권한다.

드디어 2차 시험을 치루고 초초하게 합격자 발표를 기다렸다. 결과는 낙방. 아주 근소한 차였다. 가족들 보기가 민망해 실패에 대한 내 울분과 좌절감을 표출할 염치조차 없었다. 포기하고 싶으면서도 다른 일을 찾는다는 건 더더욱 엄두가 안 났다. 그렇다고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미련하게 또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했다. 그 해 겨울 아이들은 커가고 내 나이는 1이라는 숫자를 더하고 있었다.

♠ 4년만의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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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추스르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기엔 그 간의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2003년 다년간(?)의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와 각고의 노력으로 1, 2차 시험에 드디어 합격했다. 99년 7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장장 4년의 공부가 끝이 나는 순간이었다.

내 딸아이가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그 간 아내가 늘 상 걱정했던 일이 해결됐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가족관계 조사서에 아버지의 직업란이 있을 텐데 그 때도 공부 중이면 어떡하냐는 조심스런 걱정이었다. 아직 어린 둘째는 아빠가 도서관에 다닌다고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자랑도 하고 다닌다지만 눈치가 빤 한 딸아이는 달랐다. 그런데 그 직업란에 당당히 기재를 하게 됐으니 아내의 감격은 더 했으리라.
늦게 시작한 공부였고 시간이 많이 걸린 공부였으나 합격의 열매는 달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면목이 서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이었다. 현재는 제주시에 있는 김용철 회계사무소에서 수습 중이다.

<공부방법 제안>
1. 만약 나처럼 나이 지긋하고 지장에 다니고 있는 분이라면 직장 생활과 인터넷 강의를 통한 수험 준비를 병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시간도 절약될 뿐더러 마음의 불안도 훨씬 덜할 것이다.
2. 학원 강의나 인터넷 강의 듣는 것을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특히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용을 부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분야건 그렇지 않은 분야건 차분하게 모든 강의를 들어보는 것은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고수(대가)들의 강의엔 그 만한 메리트가 있다.
3. 어려운 문제를 깊게 파고들기 보다는 쉬운 문제라도 여러 방법으로 다양하게 풀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비근한 예를 든다면 바둑에 있어 고수라 불리는 자들은 대략 두 가지 유형이다. 첫 번째는 수십 수 앞을 내다보는 고수, 두 번째는 기발한 착상으로 그런 수가 있었나하고 감탄케 하는 고수이다. 최근 추세는 후자의 경우가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양상이다. 사회 역시 복잡한 것보다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4. 문제 유형에 관해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어려운 문제 보다 쉬운 문제를 확실히 이해하라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고 나면 뭔가 해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 경우 대다수가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유형을 외운 경우다.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컴퓨터와 바둑을 둬본 분은 알 것이다. 컴퓨터는 복잡한 정석은 수 천, 수 만 가지 알고 있지만 사람이 그리 어렵지 않은 독특한 수를 뒀을 때 해매고 만다. 이해하지 않고 그냥 외운 것이기 때문에 대처를 못 하는 것이다. 시험공부도 마찬가지다.
5. 앞서도 언급했지만 기혼자의 경우 가족과 떨어져 고시원 등에서 전전하기 보단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나오며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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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감독 ''파스빈더''의 영화 제목이다. 다작으로 유명한 그는 평생 미국의''존 포드''보다 많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이 영화는 바로 성공한 영화 인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불안에 시달리며 살다간 그가 자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헌사였을런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끊임없이 영혼이 잠식되어 가고 있는 수험생 여러분에게 이 불안이야말로 수험생활의 가장 큰 적이란 말을 하고 싶다.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배수진을 치고 공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내 주변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와 돌아온 탕자까지도 껴안아 줄 수 있는 가족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마음이 불안할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그네들이 주는 위로의 말 한마디도 고깝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마음 한 자락에 가족과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을 받아들일 줄 여유는 가지고 살자.

지금 직장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으면서 직장 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지금 결단을 내려도 늦지 않단 얘기를 하고 싶다. 꼭 한 부서, 한 직장에 있을 필요는 없다. 뭔가 정체되고 우울한 느낌이 든다면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좋다.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짜증나고 힘들어도 또 다시 어떤 일에 도전하고 변화를 겪는 것이 두려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어느 날 거대한 창고를 가득 메운 내 치즈가 감쪽같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내 치즈를 가져갔을까? 치즈가 돌아오길 기다려야 할까?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야 할까? 아니면 망연자실한 채 사라진 치즈 때문에 절망만 하고 있을 것인가?

끝으로 같이 공부하면서 많은 도움을 준 분도형, 2차 시험 공부에 마음고생이 많을 후배 영준이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또한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친구 석반, 성기 형님, 후배 종훈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아울러 처음부터 끝까지 내 결정을 믿음과 격려로 지지해준 ''가족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음을 사람들에게 소리쳐 알리고 싶다. 4년여 세월 동안 묵묵히 나를 지지해 준 어머님, 장인/장모님, 동생들과 철이 있는 듯 없는 듯 나를 웃게 만드는 딸 지원, 아들 상학이, 끝가지 나를 믿고 따라 준 아내 전영주, 모두 뼈 속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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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택스 매거진에 게재된 글 입니다 택스 매거진는 매월 발행되는 정기 간행물 입니다 "새로운 세무·자세한 회계"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30주년간 경리인들과 함께 해온 최고의 경리인 실무 길잡이 입니다 매월 1회 발행, 4X6배판, 매월180쪽 월 15,000원, 연1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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